法 "아트센터 나비 SK 건물서 나가라, 노소영 10억 배상해야"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서 최 회장 승소 아트센터 "해도 해도 너무해, 항소 고려"

2024-06-21     김민 기자
재판부가 SK이노베이션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아트센터 나비가 약 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아트센터 나비가 약 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부장판사 이재은)은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의 선고 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아트센터 나비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와의 임대차계약이 2019년 9월에 종료됐는데도 아트센터 나비 측이 무단 점유를 계속하고 있다며 지난해 4월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노 관장 측은 아트센터 나비 대표로서 미술관 근로자들의 이익, 미술품 보관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퇴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SK이노베이션의 요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와 원고가 체결한 전대차 계약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아트센터 나비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며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 부동산을 인도하고 퇴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 측에 약 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 측이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일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라며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배임이라는 아트센터 나비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옥 4층에 자리 잡고 있는 멀티미디어 전시관으로 노 관장의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의 후신이다. 2000년 개관 후 노 관장이 운영 중이다.

노 관장 측은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측의 퇴거 요구에 대해 "(최태원 회장과) 이혼한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미술관은 미술품을 보관하는 문화시설로서 그 가치가 보호돼야 하고 노 관장은 개인이 아닌 대표로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맞섰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판결 후 법원을 나와 기자들에게 "25년 전 최 회장이 요청해 미술관이 이전한 것인데 이렇게 돼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앞으로 항소 여부에 대해선 더 생각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 무더위에 갈 데(이전할 곳)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판결은 이혼소송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사옥 내에서 아트센터 나비의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수년간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12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의 여유도 가지고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