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데이터 '노다지' 보험 업계, 규제 개선으로 활용·거래 활성화되나

'데이터 활용·거래 현황과 보험회사 과제' 세미나 보험사, '빅 데이터' 보유하지만 거래 어려워 日 손보, 도로 손상 수준 데이터 등 판매 중 규제 완화·법령 구체화로 새 사업 모델 될까

2024-06-20     허아은 기자
20일 오후 보험연구원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데이터 활용·거래 현황과 보험회사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허아은 기자

국내 보험시장은 경제성장률 저하, 시장 포화, 고령화 가속 등으로 신규 고객층이 감소하며 성장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만약 보험사가 가진 리스크, 소비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이는 보험 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 및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령 구체화,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0일 오후 보험연구원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데이터 활용·거래 현황과 보험회사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박희우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데이터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외부 데이터를 결합·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판매하거나 공유한다면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보험사에는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관련해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데이터 거래 사업을 활성화한 곳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상업적 수요 부족·데이터 구축 기술 및 비용 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보편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몇몇 보험사는 데이터 거래를 통해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아이오이 닛세이 동화 손해보험은 텔레매틱스 기기를 통해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통해 도로 유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자빙자치단체에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데이터를 판매함으로써 금전적인 수익을 얻는 동시에 도로 사전 보수 및 사고 발생 방지에 따른 지급 보험금 감소 및 사회적 후생 증진 효과를 내고 있다.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 화재보험은 자사의 전용 블랙박스를 탑재한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도로 손상 수준을 점검하고 이를 지자체에 판매하고 있다.

블랙박스 도로 점검 서비스의 가격은 연간 최소 150만 엔이며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1700여 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백 건 이상의 서비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쿄해상은 풍재사고 데이터를 항공 사진과 결합해 풍재사고 리스크 진단 설루션을 도입했다. 솜포재팬은 교통사고를 분석한 통계 데이터를 택시 배차 시스템과 연계해 안전운전 설루션을 도입해 이를 택시 사업자에 판매하고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보험사가 민감정보 외 비개인정보 등 보호 규제가 심하지 않은 데이터 활용에 집중해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했다고 일렀다. 데이터 수집 기술을 개선한 것 역시 데이터 거래 활성화에 기여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아이오니 닛세이 손보는 2004년부터 주행거리 연동형 자동차보험을 판매했다"며 "일본 보험사는 발 빠르게 데이터 판매 및 활용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처럼 데이터 거래의 선례를 남기고 사회적 공감대를 축적할 경우에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발생하는 민감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의 거래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심평원의 의료 데이터 필요"
관련 법령 구체화하면 시간·비용 절감

2부에서는 보험 업계 및 학계 관계자가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본부장은 보험사가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본부장은 먼저 보험사의 의료분야 데이터 활용에 대한 니즈가 높다며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해당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의 소극적인 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본부장 /허아은 기자

보험사가 데이터 업무를 진행하려면 사전 신고가 필요한데 이를 사후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험사가 다른 회사에 대해 지분을 15% 이상 가지고 있을 때 자회사로 등록해야 하는 법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권 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2019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자회사 등록 지분 비율 상향 조정이 이뤄졌는데 이에 따라 핀테크 회사 등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따라서 데이터 활용 및 판매 능력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최혜미 캐롯손해보험 본부장도 토론에 참석해 데이터 활용 및 거래 실무에서 필요한 제도 개선안을 소개했다. 캐롯손보는 주행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등 데이터를 활용하는 보험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데이터를 판매할 때 기준이 되는 법적 근거가 상세하지 않아 사안별로 협의가 필요하다. 최 본부장은 "데이터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요자의 니즈와 과정을 거친 데이터 프로세스가 차이가 있어 조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컸다"며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처리 기준이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최됐다. 주제 발표는 박희우 선임연구위원과 김희웅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2부 패널토론에는 최혜미 본부장과 권병근 본부장, 장봉규 포스텍 교수, 정해석 보험개발원 부문장이 참여하고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았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생성형 AI를 탄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데이터"라며 "보험사는 생성형 AI를 이해하고 미래의 데이터 거래를 위한 역량을 갖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아은 기자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생성형 AI를 탄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데이터"라며 "보험사는 생성형 AI를 이해하고 미래의 데이터 거래를 위한 역량을 갖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