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 전기차 최고 48% 관세···韓, 車-배터리 반사효과 기대

하반기 EU 회원국 투표로 5년간 시행 전망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 공격적 행보 제동 걸리나 

2024-06-18     유준상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8%의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해 우리나라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전기차 브랜드별로 17.4~38.1%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중국 당국과 업체에 통보했다. 이번 결정은 7월부터 잠정 시행되며, 올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향후 5년간 시행될 전망이다.

전기차별 관세율은 기존 10% 관세에 추가로 부과된다. 조사에 협조한 중국 전기차 업체엔 평균 21%포인트(p)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적으로 31%(10+21%)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전기차 업체에는 일괄적으로 38.1%p의 관세율을 더 부과할 계획이다.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에는 각각 17.4%p, 20%p, 38.1%p의 추가 관세율을 별도로 정했다. 상하이자동차의 경우 최고 관세율인 48.1%(10+38.1%)가 매겨지는 것이다. 

EU는 2023년 10월 정부 보조금을 과도하게 받은 저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해 약 8개월 만에 이같은 조치를 감행했다.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공급망(전반)이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는 EU의 BEV 생산업체에 경제적 피해 위협을 초래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EU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전기차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온다. 자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중저가 전기차 신차를 내놓을 현대차·기아가 당분간 시장 내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예측도 제시됐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기아는 EV3를 올 하반기 수출할 계획이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 외 시장에서는 아직 한국산과 중국산 전기차가 직접 경쟁한 사례는 없는 만큼 EU의 관세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한정된 파이 내에서 경쟁 브랜드가 위축된 만큼 우리에게는 점유율 확대에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의 유럽 진입이 제한되고 진출 속도가 둔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에는 대응할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여진다”며 “현대차, 기아차 등 우리 기업은 중저가 전기차 신차 등 출시를 통해 유럽 내 시장점유율 회복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체들도 내심 반사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 밀리던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로 여겨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은 2019년 11.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상반기에는 40.1%까지 대폭 확대됐다. 5년 만에 점유율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2019년 51.9%에서 2021년 70.6%까지 늘었으나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2023년 상반기 점유율이 57%까지 추락했다. CATL은 올해 비중국 점유율 27.4%를 기록해 LG에너지솔루션을 2위로 밀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우리나라 주력인 NCM(삼원계)보다 20% 저렴한데, 관세가 매겨지면 성능이 좋은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보복성 맞대응에 나서는 등 EU-중국 간 무역전쟁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불안 요소다.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 수출을 막아버릴 경우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의 부품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EU와 중국 간 무역전쟁에 불똥이 튈까봐 우려된다”며 “특히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제한에 나서면 국내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