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佛 격돌 ‘체코 원전 수주전’···30조원 잭팟 터질까

15년 전 바라카 수주전의 리턴 매치 성공 시 추가 원전 수주서 가점 확보 UAE서 자존심 구겼던 佛 절치부심

2024-06-17     유준상 기자
체코 신규 원전 예정 부지 중 하나인 두코바니 전경 /제공=대우건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유턴’ 정책이 시작된 지 2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체결된 ‘팀코리아’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전장은 중앙 유럽의 체코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은 원전 개수가 당초 1기에서 4기로 늘어나고 한국과 프랑스의 결선 대결로 압축되면서 15년 전 UAE 수주전의 리턴 매치가 됐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와 체코전력공사(CEZ)는 오는 7월 두코바니·테믈린 지역 1200MW 규모 원전 최대 4기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최대 30조원 규모다.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국제 원전 무대에서 가장 성공적 건설 사례로 평가받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계약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원전 수출 실적을 거두게 된다. 이후 폴란드와 네덜란드 등 신규 원전 건설이 결정된 나라 수주전에서도 가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팀코리아와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이 경합했던 체코 원전 수주전은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 대결로 좁혀졌다. 팀코리아는 국제 원전 무대에서 가장 성공적 건설 사례로 평가받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계약을 무기로 프랑스 EDF(전력공사)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1200MW, 우리는 1000MW급 원전을 제시해 출력이 조금 작지만, 이를 고려해도 상대보다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현지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원전의 핵심 기기인 터빈 제작자로 자리매김해 현지에서 터빈을 제작 납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맞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체코를 방문해 핵연료 공급을 비롯한 전략적 협력을 내세우며 원전 수주에 전폭적인 지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체코 수주전이 한국과 프랑스의 결선 대결로 15년 전 UAE 수주전의 리턴 매치가 된 만큼 15년 전 자존심을 구긴 프랑스는 절치부심의 심경으로 임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15년 전 UAE 수주전이 중립지대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번엔 프랑스의 홈그라운드인 유럽”이라며 “경제 안보적 네트워크와 규제 환경의 친숙성, 동일지역으로서 공급망 구성과 기자재 공급 용이성 등이 홈그라운드 이점으로 작용하고,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역 안보동맹의 강화 경향도 프랑스에 유리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지역에서 만난 원전 업계 관계자들은 ‘팀코리아’의 강점을 묻는 말에 주저 없이 “UAE 바라카 원전”이라고 답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한국이 2009년 수주했던 바라카 원전 공사는 UAE 사막 한복판에 원전을 건설하면서도 대규모 초과 예산 없이 제때 공사를 마친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신규 원자로인 바라카 4호기가 최근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UAE 정부는 이에 대한 감사로 고액권인 1000디르함(약 37만원) 지폐에 바라카 원전 전경을 새겨넣기도 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원전 건설은 통상적으로 잦은 설계 변경, 변수 발생 등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공사비도 증가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일례로 영국이 현재 건설 중인 힝클리포인트C 원전은 투자자로 참여한 중국 광핵집단유한공사(CGN)가 추가 사업비 상승분에 대한 부담을 중단하면서 130억 유로 손실이 발생하고 공사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다시 한번 체코를 방문해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황주호 사장은 지난 1월 체코 언론 대상 사업 현황 설명회 개최, 4월 최종 입찰서 제출에 이어 지난 12일(현지 시각) 체코를 방문했다. 황 사장은 체코 산업부 장관이자 신규 원전건설 상임위원장인 요제프 시켈라(Jozef Sikela) 장관을 면담하고 ‘준비된 한수원,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한수원, 체코의 최적 파트너 한수원’임을 강조했다.

이어 13일에는 체코 현지 언론 대상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고 14일에는 원전 건설 지역 인근 트레비치 아이스하키팀과의 추가 후원 계약을 체결하며 지역 언론·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12~13일 이틀간 체코공대에 한수원의 원자로 APR1000 노심시뮬레이터를 전시하고 원전 운영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공동개발 등에도 합의했다.

황주호 사장은 “한수원은 탁월한 건설 역량 및 사업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