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생명, 논란의 '요양시설 입소 우선권' 포함 상품 출시 유예
우선권 가진 고객은 2년 먼저 시설 입소 복지부 "장기요양보험법 위반 소지 있어" '포화 상태' 기존 시설도 입소자 가려 받아
KB라이프생명가 '노인요양시설 입소 우선권'을 포함한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하려다 당국의 제지로 미뤘다. 보건복지부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B라이프는 이날부터 'KB골든라이프케어 종신보험 무배당'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출시를 유예했다.
해당 상품은 업계 최초로 '요양원 입소 우선권' 부가 서비스를 포함해 주목받았다. 입소 우선권은 해당 상품에 3년 이상 가입한 고객이 장기 요양 등급 4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을 경우 KB라이프와 제휴를 맺은 업체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일반 고객보다 빠르게 입소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KB라이프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 가입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2년 정도 빠르게 요양시설에 입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시설에 공실이 발생할 때마다 일반 고객과 제휴 고객 대기자가 번갈아 가며 입소하고 전체 입소 인원 비율은 7대 3으로 관리된다.
출시 유예에는 해당 서비스가 노인장기요양보호법 등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 6항은 '누구든지 영리 목적으로 금전, 물품, 노무, 향응,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방법으로 수급자를 장기 요양기관에 소개, 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권'이 제6항에서 정하는 '영리를 목적으로 알선·유인하는 행위'로 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서비스는 동일 조문의 제1항에도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제1항은 '요양 기관이 수급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 요양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제휴 고객보다 먼저 요양시설에 입소 신청을 했던 일반 고객이 공실이 발생했음에도 우선권이 없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절당할 경우 해당 항목에서 말하는 '제공 거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보건복지부는 KB라이프가 부처에 법률 해석을 의뢰한 적이 없다며 상품 개발 요약서만 볼 때는 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출시 유예에 관해 KB라이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적 사항이 명확히 들어와서라기보다는 업계 최초로 출시하다 보니 내부에서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논의 중으로 출시 예정일이나 상품 구성에 관해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요양시설도 자체 기준을 통해 입소 희망자를 가려 받고 있어 KB라이프의 우선권 부가 서비스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질 좋은 요양시설의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입소 경쟁이 심하다"면서 "시설별로 자체 기준을 내세우며 입소 희망자를 가려 받는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국민 요양 시스템 전체가 시장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박승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한국은 정부가 요양 시스템에 대해 돈만 지원할 뿐 요양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시장 논리가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B라이프는 요양 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라이프의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노인요양시설인 '위례 빌리지'와 '서초 빌리지'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 은평, 강동 및 경기도 광교 등에는 시설 신규 개소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노인복지주택인 '평창카운티'와 주·야간 보호센터인 '케어 센터' 역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