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영일만 석유, 결국 예산 확보 관건···與野 협조 불투명

12월 탐사 시추 본격화 880억원 필요 절반만 석유공사 부담, 야당 설득해야 민주당 "계약 체결 멈추고 검증받으라"

2024-06-17     이상무 기자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12월부터 4개월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영일만 탐사 시추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예산 마련에 국회 협조를 받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동해 7개의 유망구조 중 1곳에서 탐사 시추를 할 예정으로 노르웨이 시드릴사와 시추선 임대 등 다수의 관련 용역 계약을 맺은 상태다. 시추선과 김해공항을 오고 갈 헬리콥터 용역 계약 입찰도 마쳤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공 1개에 1000억원씩, 전체 5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올해는 우선 계약금 등에 쓰일 약 120억원의 착수비가 확보됐다. 잔여비 880억원은 첫 탐사 시추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내년에 지급될 예정이어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다. 그중 절반은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나머지 절반은 산업부가 야당을 설득하는 것이 과제다.

정부는 ‘성공불융자’로 불리는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제도 활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밝힌 바 있다. 성공불융자는 해외자원개발 등 위험이 큰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되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면제해 주고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제도다. 

이명박(MB) 정부 당시 대규모 해외 자원개발 실패 이후 정부는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에만 성공불융자를 진행해 왔다. 산업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정부 지원 필요성이 커진 만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공기업인 석유공사에 성공불융자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야권에선 탐사 시추를 의결한 지 4개월 지난 시점에 윤 대통령이 탐사 시추를 직접 브리핑한 것을 두고 부자연스럽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 1월 이사회를 열고 동해 심해 8광구 및 6-1광구 북부지역 탐사 시추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석유공사가 실제 시추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0일 전 시추 일정과 장소, 시추 필요성 등을 포함한 세부 시추계획을 수립해 산업부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해 가스전 /연합뉴스

야당은 이번 프로젝트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추 예산과 관련해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자본잠식상태로 한계가 있어 예산안 국회 통과가 필수적인데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올해 예산 심의에서부터 수백, 수천억원이 반영돼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며 “너무나 의문이 많은 상황에서 국회는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공사 입장에서는 연 매출 3000만원도 안 돼서 법인세를 못 내고 법인 자격이 제한돼 있었던 이런(액트지오) 업체가 어떻게 용역업체로 선정됐는지, 믿을 수 있는 업체인 건지, 그리고 성공 확률 20%라고 하는데 이 20%는 어떻게 도출된 건지, 돈을 투입하려면 이 개발에 성공했을 때 경제성이 있어야 할 것인데 경제성 판단의 근거가 뭔지 이런 점들이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빚더미 석유공사'를 내세워 대왕고래의 꿈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불통과 독선은 결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의혹투성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사업과 예산, 계약 체결을 멈추고 국회 검증을 받으라"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번 같은 경우 초스피드로 시추선 예약까지 다 진행돼 12월 시추에 들어간다는 절차가 통상적이지 않다"며 "석유공사와 대통령실만 굉장히 앞질러 가는 사이에 뭔가 특혜가 있는지 없는지 부분은 국회 차원에서 명확하게 밝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탐사 시추에 쓸 5000억원을 공공임대주택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며 "복지국가도 지속가능하려면 성장이 필요하고 성장은 투자가 필요하다. 북유럽 복지국가 노르웨이도 북해 유전 개발 투자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