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해볼 생각도 못하게 출자 제한···"지주사 사전규제 철폐해야"
한경협, 지인엽 동국대 교수에 의뢰해 G5국가 지주사 출자구조 보고서 발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원인 분석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주회사 출자를 사전적으로 막는 규제를 전면 폐지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 5개국(G5)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를 통해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에선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 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선 G5 선진국과 같은 다양한 지주회사의 출자 형태를 찾아볼 수 없었고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 규제는 유별나게 한국에서만 강조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주회사로 인해 경쟁 제한이 발생할 경우 '셔먼법'에 근거해 담합과 독점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한다. 미국 최대 에너지그룹인 서던컴퍼니그룹은 최대 7단계 출자구조를 띤다. 지주회사가 지역별 중간 지주 회사를 지배하고, 그 지역별 중간 지주사는 풍력과 태양광 등 발전 부문별 중간 지주사를 지배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은행지주회사법의 폐지로 금융지주회사의 일반 자회사 보유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업 및 투자사업을 영위하는 지주회사로서 보험사업과 관련된 자회사뿐만 아니라 금융업과 관련 없는 일반사업회사에도 투자하고 있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주요 투자회사는 총 4개 사로, 이 중 2개 사(전자기기 제조업, 음료 제조업)는 금융업과 관련이 없다.
일본도 원칙적으로 지주회사 출자구조 형태에 관한 제한이 없다. 통신사인 NTT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NTT 코퍼레이션은 자회사인 NTT DATA와 공동으로 손자회사인 NTT, Inc에 출자하고 있다. 독일에도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 규제가 없다. 도이치텔레콤그룹 계열사 텔레콤도이칠란트의 경우 자회사로 편입된 4개 비상장회사 지분율은 20∼33%로 다양하다. 영국, 프랑스에서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거나 자회사 간 출자가 가능하다.
반면 한국 기업은 이런 다양한 출자 구조 형태를 갖출 수 없다. 공정거래법상 예외적(지분율 100% 경우)으로 출자를 허용한다 해도 최대 3단계까지만 가능하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직접 출자도 금지되고 자회사가 비상장 손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지주사 출자 규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도 연결된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지분율 30%(비상장사인 경우 50%)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 자·손자회사로 보고 지분율 규제를 적용한다. 동시에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하는 계열사를 일감 몰아주기 금지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지주회사 범위를 과하게 넓히면서 사전적으로 출자를 규제한 결과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나타난다. 대기업 그룹의 경우 더욱 심해 삼성(55%), LG(60%, SK(48%)의 경우 40~60%의 지주사 디스카운트율을 보인다. 기업 지배구조가 후진적이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기보단 출자 규제로 인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만성화됐다는 얘기가 옳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는 출자구조를 모색할 수 있게 현행 지주회사 관련 사전 규제를 G5처럼 사후 규제 중심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