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11년 차 요양보호사의 단상
제2회 해미백일장 박찬분 님 입상작
요양 보호사 11년 근무. 이 일을 시작할 때 멋모르고 했다. 그 어느 날 아침 식사 수발할 때였다. 식사 시간은 무척 바쁜데 어르신을 수발하던 중 혼자 식사 하시던 분이 얼굴색이 새파래지셔서 당황해 소리쳤다.
경력이 풍부한 요양사 선생님이 달려와 등을 쳐도 안 되기에 하임리히법을 하자 음식이 튀어나오며 얼굴색이 회복되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매 순간 긴장하고 또 긴장해야 한다는 것을. 연하곤란으로 삼킴 기능이 약한 어르신이 많아 수발할 때는 항상 긴장한다. 특히 가래가 심하게 끓을 때 제일 긴장한다. 잘못하면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까.
나이트 근무할 때는 어르신 28분을 요양사 선생님 3명이 돌보기에 너무 벅찼다. 치매 어르신은 배회도 심하고 휴지나 손에 쥐는 것을 입에 넣어 질식 위험과 또 낙상 위험도 매우 크다. 하루 종일 소리 지르는 어르신, 폭력적인 분, 욕하는 분. 또 풍으로 쓰러진 분, 파킨슨으로 몸을 오그리고 굳어가는 분. 이러한 어르신들 옆에서 세심히 돌봐드리고 상태를 간호사 선생님들한테 보고하는 것이 요양 보호사들이 할 일이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우리보다 한 단계 위라는 생각으로 갑질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이 요양사 입장에서 생각을 해줘서 일은 힘들어도 위로가 되고 자부심도 생겼다. 호흡이 잘 맞아서인지 사건·사고가 덜 했던 것 같다. 일이 너무 많았지만 최선을 다하니 칭찬도 받으며 어르신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근무한 지 6년 지나고 좀 쉬고 싶어 퇴사하고 3개월 후 다시 ‘정원’이라는 요양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경험은 있지만 동료들 간 흐름도 맞춰야 해서 모든 인내심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며 일했다. 여기는 간호사들 갑질도 심하지만 동료들 갑질도 심했다.
기존 요양사들이 시시콜콜 간호과장한테 이야기해서 못 견디고 나가는 요양사 선생님들이 많았다. 무엇이든지 잘못되면 신입생한테 덮어씌우기 일쑤. 일도 힘든데 간호사들한테 혼나는 일이 태반. 20명 이상 어르신을 야근할 때 2명이 돌본다는 것은 어려웠다.
특히 남자 어르신들은 기저귀 케어나 목욕 시켜드릴 때 주먹으로 때리고 욕하는 것은 보통이었다. 그래도 요양사 선생님들은 어르신만 안 다치면 된다는 생각과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했다. 거기서 일한 지 1년 될 무렵 어르신 목욕을 하다 넘어져 발가락이 부러졌다.
산재보험은커녕 치료비도 주지 않았다. 일하다 다쳤는데 책임을 본인에게 돌렸다. 산재보험을 이야기했지만 국장님이 요양원이 시끄러워지면 동료들한테 피해가 간다, 평가받을 때 점수가 안 나온다는 둥 이야기를 하니 나는 시끄러운 게 싫어 손해를 보고 그냥 지나갔다. 1달 20일을 쉬고 다시 일하게 되었다. 지금은 산재나 치료비를 해주는 것 같다.
그 어느 날인가 야근을 하는데 한 어르신이 치매로 폭력적이어서 밤 근무가 힘들 때였다. 의자를 집어 던지고 옆 어르신을 때리고 휠체어를 넘어뜨려 옆 어르신을 다른 방으로 옮겨드려 주무시게 하고 간호과장한테 이야기했는데 어르신 잘 보라는 식이고 해결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툭하면 면회실에 불러 자존감 떨어지는 말만 하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참고 일을 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2년이 지나 모든 게 익숙해지고 순발력도 생기고 동료들 간 정도 쌓여 보람도 느끼지만 하루하루 전쟁 같은 날이었다. 항상 마음 졸이며 사고 안 나고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랐다.
어르신을 하루 종일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을 오래 하니 몸이 망가지는 것 같다. 특히 관절에 무리가 가 아픈 곳이 여기저기 생긴다. 여기 요양원은 누워계신 어르신이 많은데 휠체어를 태워 80%는 식당으로 모시고 또 프로그램 때마다 매일 모시는 일이 반복되었다.
사무실이나 간호사들은 될 수 있으면 어르신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모시기를 원했다. 일 파트너가 손발이 맞을 때는 덜 힘든데 손이 안 맞을 때는 혼자 태워 드려야 했다. 그럴 때는 허리가 휘청거린다. 특히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어르신은 더하다. 그럴 때면 이 직업에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 주간 야간 일을 하는 것에 비하면 월급은 적다는 생각이 든다. 근무가 2교대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돌 때는 어르신도 힘들고 요양사 선생님들도 고생이 많았다. 동료들이 전염되면 쉬는 선생님들 몫까지 해야 해서 무척 힘들었다. 그것도 돌아가면서 두세 명씩 걸리니 전쟁 같은 나날이었다.
일과 중 낮과 밤으로 기저귀를 갈아드려도 치매가 심하신 어르신들은 침대 난간 여기저기 변을 칠해놓으시는 일이 하루 두세 건씩 꼭 있다. 그런 일을 깨끗이 치워드리고 씻겨드리고 옷 갈아입혀 드리는 일, 어르신 상태 체크해서 간호실에 보고하는 일이 요양사들 일이다. 어떤 어르신은 방충망을 다 찢고 나가려 하셔서 항상 긴장하면서 여러 어르신을 한 눈 안에 넣고 돌봐 드려야 하는 직업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 사고가 생길 수 있다.
거기다 어르신들끼리 싸우면 말리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종종 생긴다. 보호자로 인해 송사에 휘말리는 일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노인 인권 교육을 1년에 몇 번씩 하지만 요양 보호사 인권은 한마디도 없는 것이 유감이다. 그리고 사건사고가 나면 요양 보호사 잘못도 아닌데 책임을 요양 보호사들에게 돌리는 것도 잘못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요양 보호사들은 지금도 어르신 안 다치게 노력하고 또 긴장하면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호자님들께서 조금이나마 알아주셨으면 하고 피해를 보는 요양 보호사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