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탈시설’ 지원 조례안 발의…”무조건적인 탈시설은 반대”

유만희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 발의 정석왕 "조례 취지 입체적으로 살펴봐야"

2024-06-13     김정수 기자, 김현우 기자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원들이 정부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발달장애인 탈시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용자부모회

지난 2020년 12월 당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이후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던 여당이 최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공동발의 했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5월 27일 유만희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일부개정 해 자립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게 골자다. 

주요 내용은 △지역사회 자립 지원, 장애인 거주시설, 지원 주택에 대한 정의 신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사업 신설 △지역사회 정착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거주시설 퇴소 장애인 자립 지원 기본계획 수립 신설 등이다.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서울시의회

앞서 야당에서 추진했던 '탈시설 지원법' 관련 국민의힘 등 여당은 줄곧 장애인 '거주시설 다양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22년 5월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같은달 12일 JTBC '썰전 라이브'에서 장애인 복지 문제를 주제로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박 대표는 "시설은 자기 결정권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는 곳"이라며 "(대구시 조사에 따르면) 시설에 입소하고 싶지 않지만 왔다는 사람이 83%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탈시설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가 어떻게 안전하게 잘살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장애인 당사자가 감옥에 들어갔다고 얘기하는 집단적 수용 방식의 시설이 옳은가"라고 이준석 전 대표에게 물었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탈시설 하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장애인 수용) 시설 총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본인들이 탈시설을 강요받는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사표시가 어렵거나 중증 장애로 (시설) 밖으로 나갔을 때 정상적 생활이 어려운 분에 대한 탈시설은 강요에 해당할 수 있다"며 "(탈시설 강요는) 책임을 방기하는 선택을 유도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이종성 의원도 2022년 11월 2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정에서 돌보는 장애인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시설에 있는 장애인까지 지역사회로 내보내야 하나"면서 "아무 가족도 연고자도 없는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무조건적인 탈시설'이 아닌 '선택권 다양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건 타당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최중증 장애인은 장애 정도와 여건에 따라 시설이 필요한 인원은 시설에서 거주하도록 지원하고 자립이 가능한 인원은 사회적 인프라 혹은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된다는 가정하에 그렇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조례의 취지를 입체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을 지원한다면 찬성이지만 '무조건적인 탈시설' 혹은 '무조건적인 지역사회 자립' 등의 취지는 맞지 않다. 장애인 당사자로 하여금 거주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법안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