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바로크 음악부터 벨칸토 오페라까지 노래, 소프라노 최윤정
유럽 최고 오페라극장 다수 주역 다양한 경력, 표현력 뛰어난 가수
지난주 예술의전당에서 ‘바로크 앤 비욘드(Baroque & Beyond)’를 주제로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와 프랑스 가곡을 공연한 최윤정 소프라노를 서래마을의 서울프랑스학교 앞에서 만났다. 그는 십수 년을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헨델의 <줄리오 체사레>(가르니에 극장), 벨리니의 <카풀레티와 몬테키>(바스티유 극장)과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스페인 마드리드 왕립극장) 등 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을 수차례나 공연한 관록파 가수다.
—본인이 성악가로서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나.
“물론 타고난 음성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노력파다. 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 활동 때부터 노래 잘하는 친구들의 발성을 보고 나도 잘하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합창단에서도 크게 주목받거나 앞에 나서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노래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 후 점차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 위에서 기쁨을 느끼고 싶어 이 길을 달려가고 있다.”
—밀라노로 유학을 가셨는데, 한국과 이탈리아 음악 교육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의 교육도 부족함이 없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작곡가가 의도한 가사가 담고 있는 (이탈리아어 고유의) 언어의 뉘앙스를 살리고 가수가 해석한 느낌까지 더해서 전달하는 것에 더 치중한다고 생각한다.”
—바로크 음악과 프랑스 오페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밀라노에서 학업을 마치고 활동할 기회를 찾던 중 파리국립오페라 아카데미의 오디션에 합격했다. 1000명 이상의 지원자 중 리릭 소프라노는 나 하나뿐이었다. 당시 파리에서 벨칸토와 모차르트 창법에 능한 가수가 필요했다는데, 내가 선택되었고 무대에 설 기회도 얻었다. 인종차별이라고 생각되는 다소 억울한 대우를 당하면서 속이 상해 눈물을 흘린 적도 있지만 꾸준히 노력했고, 그 후 인정을 받아 자주 주역을 맡았다.”
—국내에 온 뒤로도 비제의 <진주조개잡이>와 모차르트의 <코시 판 투테> 등 다양하게 주역을 맡으셨다. 그동안의 경력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배역은 무엇인가.
“헨델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의 클레오파트라 역이다. 나는 무대에서 관객이 음악과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소프라노이고 싶다. 클레오파트라가 야욕, 카리스마와 서정미 게다가 콜로라투라 기교까지 갖춰야 하는 고난도의 배역인데, 출산 후 처음 맡았기에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 역할로 파리에서 인정을 받아서 애착이 간다.
바스티유 극장에서 공연한 <카풀레티와 몬테키>의 줄리에타도 사연이 깊다. 공연 1주일 전에 섭외가 왔는데 그 아리아만 알았을 뿐인데도 무조건 하겠다고 했고 결국 미친 듯이 준비해서 성공했다. 내가 무대뽀 정신이 좀 강하다. (함께 웃음)”
—리사이틀을 보니 표현력이 인상적인데, 음악과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하는지.
“캐릭터 연구는 정말 치밀하게 한다. 작품을 완전히 분석하여 작곡가의 의도를 해석하고, 아리아를 부를 때 같은 가사가 반복되는 경우 그 느낌의 차이도 노래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후학을 지도하고 계시는데, 젊은 가수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오페라나 가곡의 가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인류와 잘 어울리는 인성을 갖추고, 세계의 다양한 극장에서 배역을 맡기 위해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론 작품과 관련하여 각국 매체와 인터뷰도 해야 하니 영어는 기본이다.”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 있는가.
“이번 리사이틀에서 마지막 곡으로 부른 샤르팡티에의 <루이즈>를 해보고 싶다. 이 오페라는 푸치니의 히트작인 <라 보엠>과 느낌이 같아 우리의 정서에도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가난한 시인을 사랑한 주인공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청춘들의 러브스토리이다. 감상하기에 편한 멜로디와 화려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넘치는 작품이다. 국내 초연을 한다면 꼭 루이즈를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관객과 독자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욕심쟁이처럼 말했다.
“오페라 가수로서의 음색과 테크닉을 갖추고 작품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음악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공연에 대해 연구하고 연습을 거듭했음을 강조했다. 대학과 이탈리아 유학을 거쳐 파리오페라계에서 맹활약한 흔치 않은 경험과 예술관을, 그는 다양한 제스처를 해가며 시종 열띤 마음으로 털어놓았다. 음악에 대한 무한 욕망을 품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그가, 귀한 보석처럼 빛을 발하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모차르트 오페라 '코시 판 투테'의 피오르딜리지 역, 소프라노 최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