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쪼개팔기 돌입···매물 나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누가 살까

MBK,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돌입 대형마트 사업 부진에 쪼개팔기 나서 기존 국내 유통 대기업 인수 가능성 낮아 쿠팡·알리바바 그룹 인수설도 솔솔

2024-06-05     류빈 기자
홈플러스 본사 전경 /홈플러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7조2000억원에 인수했던 홈플러스 재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물로 나왔다. 

알짜로 평가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먼저 파는 분할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모양새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유통 대기업과 쿠팡, 알리바바그룹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업황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인수업체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 10여 곳에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에 413개 매장을 보유한 SSM이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235개 매장이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8%이다. 특히 3년 전 도입한 퀵커머스 서비스인 ‘즉시 배송’ 매출이 지난 2년간 연평균 84%의 성장률을 보이며 실적 견인을 하고 있다. 

앞서 MBK는 2013년 블라인드 3호 펀드를 조성해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MBK는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한 이후 재임차(S&LB) 방식 등으로 홈플러스 자산을 처분해 약 4조원에 가까운 빚을 갚았다. 현재는 약 4500억원을 남겨둔 상황이다. 

통상 사모펀드 업계에선 투자 후 5년간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뒤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기 때문에 MBK도 인수한 지 10년이 되는 내년을 앞두고 업계 안팎으로 재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매각설에 더 무게가 실렸던 건 올해 초 MBK파트너스 내부 인물이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이는 홈플러스 인수 후 9년 만에 처음 있었던 일이다. 지난 1월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조주연 홈플러스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하지만 MBK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하는 까닭은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실적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MBK 인수 직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당시 영업이익은 2400억원이었으나 이후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335억원,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총매출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6조9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이 1994억원에 달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4459억원에서 5743억원으로 더 커졌다.

점포수도 영업손실이 누적된 지점을 폐점해 홈플러스 대형마트의 점포 수는 2019년 6월 말 140개에서 지난 달 130개로 줄었다.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은 단순히 홈플러스만의 침체라기보다 유통시장이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대형마트 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코로나19 이후 점포 효율화에 돌입하기 위해 수조 원을 투자했다. 본업 경쟁력 강화, 신선식품 유통 등을 내세워 온라인과의 차별화에 집중하는 추세다.

이에 업계에선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기존 국내 유통 대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GS더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점포수를 줄이고 잘되는 점포에 집중해야 하는 현재 분위기에도 맞지 않다는 예측이 나온다. 롯데슈퍼의 경우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지속해서 줄여와 2019년 521개였던 점포수가 올해 356개로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과 알리바바그룹이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SSM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인수 규모로 봤을 때 인수가 가능할만한 업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은 물류센터 확보에 공을 들이는 추세인데,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로서의 역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이 나오기도 했다. 홈플러스 인수설에 대해 알리바바 측은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홈플러스 인수 규모로 보면 국내에서 매수할만한 업체가 사실상 많지 않다. 더군다나 업황이 침체된 만큼 더욱 홈플러스를 통째로 인수할 여건이 있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유통업체를 인수한다면 우리나라 유통 시장 환경에 맞춘 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 계획이 공개된 이후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검토할 것이고, 현 가맹점주분들과 맺은 계약도 변함없이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으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하고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 강화하겠다"며 "차입금 상환을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