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출장길 ‘K-ART’를 제대로 느꼈어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보스턴 미술관, 메트의 한국미술 전시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본 ‘한류’

2024-06-04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보스턴 미술관의 ‘Hallyu!’ 기획전을 통해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류에 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김현주

지난 [더봄] 기사에 이어 미국 출장 관련 두 번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K-ART’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며 등장한 ‘Hallyu(한류, 韓流)’라는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실린 게 3년 전이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 문화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물결’이 이제는 문화예술을 넘어 음식과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작년에만 해도 필라델피아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미국의 주요 미술관 5곳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전으로 선보였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은 물론 실험미술, 단색화 등 소개되는 장르와 작가군의 폭도 다양했다. 마침 이번 출장 일정 중 관련한 현상을 직접 마주했던 기회가 있었다. 

보스턴 도착 다음 날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의 ‘Hallyu! The Korean Wave(이하 Hallyu!)’ 전과 미술관 내에 위치한 한국실을 방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1876년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이곳은 동양 미술은 물론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예술품을 다양하게 소장한 곳으로 유명하다(지난달 한국으로 반환된 회암사 5개의 사리도 이곳 소장품이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Hallyu!’ 기획전(3.24-7.28)을 통해 지난 한 세기 동안의 한국의 문화를 조망할 수 있는 의상과 소품, 사진, 비디오, 대중문화 관련 자료 2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작년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에서 열렸던 ‘Hallyu!’전 구성에 조선시대 달항아리, 불교 경전을 위한 금동 케이스 등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적 및 작품을 더해 함께 전시하고 있는데 IT기술, 팝컬쳐, 유물과 예술작품, 의상 등 각 분야의 한국 관련 콘텐츠들은 전통부터 최신 트렌드를 연결한다는 기획 의도를 놀라울 정도로 달성하고 있다. 

의상 분야만 예를 들어도 전통 한복부터 K팝 아이돌의 의상,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한 디자이너 김민주의 드레스와 오뜨 퀴틔르 디자이너 박소희의 의상, 남북 관계의 질문을 담는 함경아 작가의 자수 작업까지 영감의 연결을 놓치지 않은 전시물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와 함께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 초청 간담회 등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학술과 문화행사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기획전 관람 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2012년 재개관한 한국실로 향했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고려청자와 당시 불교회화, 조선시대 병풍 등 유물들과 함께 현대 도자와 회화 몇 점이 흥미롭게 전시되어 있었다.

유려한 라인의 청자들 사이로 이수경 작가의 뒤틀린 접합의 도자 작품 ‘번역된 도자기(2011)’가 보였고 단아한 불상들 위로 강익중 작가의 ‘해피붓다(2008)’가 걸려 있었다. ‘Hallyu!’전을 ‘과거와 현재의 시적인 연결’이라 소개했던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지의 감탄을 여기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특별전 ‘Lineages’는 큐레이션을 통해 한국 미술의 역동적 연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현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 한국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Lineages: Korean Art at The Met(계보: 메트의 한국 미술)’에서도 같은 인상을 받았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열리는 메트의 한국실 개관 25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과거와 연계된 계보 안에서 현재를 표현한 한국 작가들의 고민과 창조성을 담아냈다는 전시 설명을 읽고 들어갔는데, 전시 내용을 보는 순간 그 의미를 단번에 알게 되었다.

메트의 한국미술 큐레이터(한국국제교류재단-삼성문화재단 기금 큐레이터) 현수아 씨에 의해 기획된 이 전시는 서세옥 작가의 수묵화 ‘사람들(1988)’부터 이불 작가의 도자기 작품 ‘사이보그의 골반(2000)’, 민중작가 이종구의 ‘오지리 사람들(1988)’까지 메트 소장품과 한국 근현대 작품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선, 사람, 장소, 사물’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달항아리 옆에 김환기 작가의 ‘달과 항아리(1954)’와 이승택 작가의 ‘매어진 항아리(1979)’가 놓여있는데, 이 세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달항아리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바라보는 한국 작가들의 놀라운 해석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다.

전시 기간 4차례의 작품 전환을 할 계획으로 개막된 이번 전시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전통과 역사가 사회문화적 배경 아래서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되어 왔는지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만드리라 본다. 

과거를 존중하며 동시에 가로지르는 역동적인 대화, 이 흥미로운 방식이 ‘한류’의 서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출장길 의미 있는 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