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비상 걸린 대통령 지지율

[신율의 정치In] 보수 지지층 이탈 심각 임기 단축 개헌은 모순 공무원 복지부동 우려

2024-06-04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지지율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월 31일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3%포인트 하락한 21%였다.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정권에서 집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정도의 지지율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한국갤럽 기준). 지지율 하락도 문제지만, 지지율 하락의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대통령 지지율은 35%였고, 보수층에서의 대통령 지지율은 38%였다. 보수의 심장과 보수층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40% 밑으로 추락했다는 것인데, 이는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지지율 하락 추세가 멈추기 힘듦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대통령 지지율이 20%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20% 밑으로 하락하게 되면 거대 야권의 정권에 대한 공격은 매우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탄핵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탄핵을 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환과 내란에 준하는 헌법 위반 행위가 있어야만 탄핵이 가능한 것인데, 대통령과 관련된 중차대한 헌법 위반은 전혀 드러난 것이 없다.

지난 30일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됐는데, 이번 탄핵 기각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면 탄핵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병대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만일 대통령 혹은 대통령실과의 연관 관계가 드러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정치란 인식의 영역이라고 할 때, 야권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계속 주장하게 되면 여론은 대통령 탄핵소추에 공감하기 시작할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사실’과 ‘법’의 영역에서는 탄핵 성립이 불가능하지만, 국민의 ‘인식’의 영역에서는 탄핵이 설득력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는 말이다. 탄핵 주장의 ‘또 다른 버전’은 이른바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다. 권력구조를 개편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개헌을 추진하는 대통령은 개정된 헌법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개헌을 한다고 하더라도, 차기 대통령부터 바뀐 헌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칙마저 바꾸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만일 부칙을 바꾸는 개헌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개헌과 맞물린 대통령 임기 단축 주장은 현행 헌법과 충돌하는 모순된 주장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정도의 저조한 지지율을 가지고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 지지율의 마지노선은 30%다. 실제로 내각제를 운용하는 국가들에서 수상 혹은 총리의 지지율이 30% 밑으로 추락하면, 총선을 다시 실시해 내각을 새로 꾸리는 경우가 많다. 지지율이 저조하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이유는 공무원들의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20%를 밑돌게 되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현상이 더욱 강화된다. 공무원 사회가 이렇게 되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이런 이유에서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탄핵 혹은 임기 단축이라는 우리 사회를 또 한 번 혼란의 구렁텅이, 분열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소리들이 들리지 않게 될 것이고, 국정도 제대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은 여론을 이끌려 하지 말고, 억울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여론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좋고, 국민도 좋은 것이다. 대통령의 합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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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