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 더봄] 기후 위기와 불평등

[손민원의 성과 인권] 소득, 계급, 성별, 국가, 나이, 장애, 건강 등에 따라 기후 위기도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06-05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문명의 편리함은 지구 에너지 덕분이다. 인간은 잘살기 위해 자연을 개발하고 그 결과 온실가스가 배출되었는데, 자연은 기후 위기로 인간을 공격한다. 자연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지만 기후 위기로 인간은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대단히 안정적인 기체로서 최대 1000년간 대기 중에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 인류는 경제 성장을 이뤄 빈부 격차를 줄이고자 도모했는데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가난한 사람이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고 나이 어린 사람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이 여전히 석유와 석탄이 85%를 넘는 상황에서 같은 인류라 하더라도 똑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국가별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중국이 1위로 31%, 미국 2위 14%, 인도 3위로 7%이다.

기후 위기로 인간은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대단히 안정적인 기체로서 최대 1000년간 대기 중에 존재한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산업이 먼저 발달한 선진국들은 오랫동안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불공정한 혜택’을 입어왔다. 20세기가 될 때까지 전 세계 배출량의 90% 이상이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과 서유럽, 일본, 캐나다를 포함한 스무 개 나라는 값싼 화석에너지를 이용해 일찍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이 석탄 발전으로 배출한 1인당 온실 가스양은 3027t으로, 세계 평균보다 약 세 배 정도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G20 국가 가운데 2위로 한국은 여전히 석탄 발전으로 움직이는 구조인 것이다. 기후 회의 때마다 부유한 나라들을 향하여 기후 위기 대응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2009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던 코펜하겐에서는 옌스 길쉬요트(Jens Galschlot)의 조각상이 전시되었다. 이 조각은 기후 위기에 소극적인 선진국에 대한 조롱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얻은 부를 누리는 서구 국가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부의 불균형과 어두운 현실에는 눈을 감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의를 표방하는 것처럼 막대기를 들고 더욱 착취하는 탐욕을 드러내는 이중적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옌스 길쉬요트(Jens Galschlot)의 조각상. 이 작품은 기후 위기에 소극적인 선진국에 대한 조롱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얻은 부를 누리는 서구 국가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한 사람의 등에 올라타 있다.

그는 짐이 무거워 가라앉으려 한다.

나는 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다만 그의 등에서 내려오고 싶지는 않다.“

—출처 : Survival of the Fattest by Jens Galschiøt, unveiled in December of 2002 in Copenhagen. 에너지기후정책 연구소

 

인권 학자 헨리 슈는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경우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성장을 포기해야 하며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선진국들은 자국의 기후 위기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기술을 이전하고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억만장자들은 황폐한 지구를 떠나 살 수 있는 새로운 신세계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모두가 스페이스X에 몸을 싣고 우주로 도피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아마 인간의 99.9%는 지구에 남아야 할 것이다. 기후 위기는 소득, 계급, 성별, 국가, 나이, 장애, 건강 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더라도 누가 겪느냐에 따라 그 피해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는 소득, 계급, 성별, 국가, 나이, 장애, 건강 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 위기로 인해 불평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많은 약자와 소수자는 누구일까? 2022년에 서울에서 큰 물난리가 나 당시 반지하 주거지에서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결과가 발생했다. 결국 기후 위기에 대항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더욱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폭염이 지속되면 모든 이가 고통스럽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수준으로 고통을 주지는 않는다. 올여름 폭염으로 더 많은 고통을 겪게 될 사람은 아마도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취약한 주거시설에서 더위와 싸우는 사람일 것이다. 튼튼하고 단열이 잘 된 집에서 최신식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는 사람과 곧 부서질 것 같은 판잣집에서 사는 사람이 똑같은 피해를 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길어진 여름 때문에 온열 질환으로 인한 신고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온열 질환 발생 장소로 ‘집의 실내’가 25%로 가장 많다. 소위 ‘지옥고’로 불리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단열과 냉방시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며 겪는 여름철의 무더위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다.

실내의 노동자보다 야외 노동자가 더 고통을 겪을 것이고, 배달 노동자 또한 취약한 노동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한, 폭우, 폭염 등 극심한 온도 변화로 야외 노동자가 입는 건강 피해 또한 심각하다. 정부는 폭염 위험 경계 단계에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작업 중지권이 권고사항에 그친다면 폭염 속 노동자가 노동을 멈출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혹한, 폭우, 폭염 등 극심한 온도 변화로 야외 노동자가 입는 건강 피해 또한 심각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제도가 있어도 강제 규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권을 지킬 수 없다. 폭염 할증 지급제도는 있으나 측정 온도에 맞추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때도 있고, 일부 기사는 할증 받지 못할 때도 있다. 또 너무 더워 배차를 거부했을 때 페널티가 있어 불볕더위 속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이동 노동자 쉼터는 이동 노동자의 근무 시간보다 운영 시간이 짧고 주차 공간도 미비해 쉼터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기후의 변화라면 이에 대해 더 취약한 집단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철저한 대응과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정의’란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 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 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