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더봄] 6살짜리가 나보다 더 잘하네!

[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운동은 독학으로 하는 것인 줄 알다가 드디어 전문 코치에게 수영을 배웠다 특별 시민으로서 누린 문화적인 혜택

2024-07-09     김정희 그리움한스푼 작가

서울특별시민이 된 나는 문화적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중 하나가 어렸을 때 스스로 터득한 운동을 누군가에게 돈을 내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잘 달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가르치는 코치가 있고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려 모래판에서 이길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씨름 코치가 있었다.

수영도 탁구도 전문 코치에게 배워야 제대로 배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코치를 통해 운동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서울특별시민으로서 그리고 경제 활동을 시작한 직장인으로서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코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배운 운동이 수영이다. 결혼을 6개월 앞두고 콜라병 같은 몸매를 만들어 보려는 희망으로 수영장에 등록했다. 코치가 여러 명을 동시에 가르치거나 한 사람만 지도하는 것을 수영장에서 처음 보았다. 또 코치를 통해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직접 경험했다.

성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코치를 통해 운동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운동을 시작할 때 체계적으로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우물 안에서 펄쩍펄쩍 뛰고 개헤엄 치면서 ‘나도 잘한다, 잘하고 있다’ 생각하며 즐거워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와 보니 개구리보다 잘 난 어린 올챙이, 두꺼비, 기타 등등이 너무 많았다. 서울특별시는 넓고 배울 것은 너무 많았다. 그리고 또,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이른바 말하는 조기교육. 조기교육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바로 눈앞에서.

1960년대 초, 시골에서 자란 나는 조기교육이 뭔지 몰랐다. 나와 친구들은 밥 먹고 놀고 부모님 심부름하고 밤이면 자고 비 오면 비 맞고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가나다’가 무엇인지 ‘일, 이, 삼, 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초등학교 입학한 후에 기역니은 디귿을 배우기 시작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이미 한글을 읽고 쓰고 아라비아 숫자를 쓸 수 있었다. 초등학교에 앞서가는 유치원이라는 곳에서. 학력도 운동도 출발선이 다르다 보니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등록한 수영 기초반 옆 라인에 6살짜리 여자아이가 수영을 하고 있었다. 성인인 나는 킥판을 잡고 물 위에 뜨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 꼬마는 왼팔 오른팔을 교대로 움직이면서 물개처럼 수영하고 있었다.

일대일 레슨을 받는 그 여자아이는 코치가 발을 잡고 물장구를 몇 번 치다가 앞으로 미니까 미꾸라지처럼 유연하게 물을 가르며 쑥쑥 앞으로 나갔다. 재미있는 물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아이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저렇게 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어릴 때 배우면 빨리 배운단다. 마치 휴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귀여운 새끼 오리들이 엄마를 따라 유유히 물 위를 헤엄친다. 엄마가 보여주는 그대로 따라 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헤엄칠 수 있겠지요? /픽사베이

그런데 성인인 나는 휴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재빨리 쉽게 배우는 것이 힘들었다. 수영 코치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은 몸의 힘을 빼라는 것이었다. 힘을 빼면 몸이 물 위에 붕 뜨게 되어 있단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했다. 이해했으면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데.

웬걸 머리로는 이해를 했으나 몸이 반대로 반응했다. 물 위에 엎드리기만 하면 온몸에 힘이 가해졌다. 처음 몇 초 동안 ‘어 어~ 뜨네!’라고 느끼는 순간 조금씩 몸에 힘을 주게 되고 수영장 바닥을 향해 가라앉게 되다가 어느 순간 벅찬 숨을 몰아쉬면서 몸이 벌떡 서는 경험을 여러 번 반복했다.

얼굴은 숨을 참느라 홍시처럼 변하고 발이 수영장 바닥에 닿는 동시에 입으로 들어간 수영장 물을 뿜어내기에 바빴다. 힘은 힘대로 들고 진도는 더뎠다. 힘을 빼면 안 될 것 같은 그 잘못된 생각은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나 자신을 세뇌하곤 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그 간단한 것을 어른이란 직함으로 쓸데없이 합리적인(?) 방법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나는 6살 여자아이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긴 시간을 투자하고 자유형 배영 평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허리가 잘록해졌다. 그때가 내 생애 가장 잘록한 허리였고 그 허리 사이즈는 첫 아이를 임신하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다음 회부터는 김정희의 [더봄] 테마 명인 '탁구야 놀자'에 맞추어 탁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왜 탁구를 배우게 되었는지, 그 탁구가 내 인생에 어떤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