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타와 청바지로 제2의 청춘 시작했어요"

춘천 통기타 보컬 그룹 '바람소리' 평균 나이 69세 액티브 시니어들 "성장을 추구하는 한 늙지 않죠"

2024-06-03     김정수 기자
춘천에서 활동하는 어쿠스틱 통기타 중창 보컬 그룹 '바람소리'. 팀원들 모두 청바지를 입고 있다. /바람소리

"젊어서는 국영수, 늙어서는 예체능. 저희가 학생이었던 1970년대는 '하라는 공부나 해라'라는 분위기였어요. 아버지 몰래 친구 집 가서 치던 기타를 50년이 지나 또 다른 제 청춘을 위해 쓰고 있네요."

기타와 청바지. 2일 강원도 춘천에서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통기타그룹 '바람소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젊은 청춘이었던 1970년대 청년 문화를 기타와 청바지,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70년대 학번들은 대학 다닐 때 청바지 없고 기타 못 치면 간첩 소리 들었어요. 중고등학생 땐 부의 상징이기도 했죠. 한창 공부할 시기라고 그 시절 부모님들은 예쁘게만 보진 않았어요. 저만해도 당시 기타 몇 대가 부서졌는지 몰라요. (웃음) 그러면 또 몰래 친구네에 가서 치기도 했죠."

기타 잡는 게 익숙했던 1970년대 청춘들이 중등교사‧교장, 공기업, 사업 등 각자 다른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은퇴 후 다시 만났다. 1954년생 조주현 단장을 비롯해 동갑내기 김유영‧이용구 씨, 1955년생 신영규 씨, 1958년생 박영진 씨 등 총 5인은 지난 2019년 어쿠스틱 통기타 중창 보컬 그룹 '바람소리'를 결성했다.

평균 나이 69세 '바람소리'는 춘천을 기반으로 재능 기부, 경연 대회 출전 등 다양하게 활동하며 1년에 40여 회 공연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청춘마이크 페스티벌'에서 '실버마이크'로 선발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5팀만 선발하는 실버마이크는 60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다. 바람소리 팀은 지난 2022~2023년 2년 연속 뽑혔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라'라는 구절이 있어요. 퇴직 후 어떠한 욕심도 없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바람소리'라고 팀 이름을 지었죠."

바람소리 팀이 4월 30일 강원도 춘천시 춘천교육문화관에서 공연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단원들에게 바람소리로서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냐고 물었다. "문체부 주최 행사인 '청춘마이크'에 실버마이크 5팀 중 하나로 선정됐던 순간이 생각나요. 각 지역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정되는 방식인데 2년 연속 저희 팀이 뽑혔죠. 광화문 일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킹했던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해요. 버스킹은 젊은이들만 하는 게 아니란 걸 몸소 보여줬죠. 이 행사를 통해 실버 문화를 선도했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럴 때 영광스럽고 벅차죠. 학창 시절에나 받던 상을 은퇴 후에 받네요."

반대로 시니어 그룹으로서 힘든 점은 없냐고 묻자 단원들은 한목소리로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라고 답했다. "물론 연습할 때는 힘이 들죠. 음악이라는 건 소리만 모으는 게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일이니까요. 혼자서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봄에서 가을까지 열심히 공연하고 겨울에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해요. 다음 시즌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창단한 지 이제 5년쯤 된 지금 저희는 70~80곡 정도 연주할 수 있어요.

많은 연습량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우리가 좋아서 하는 활동이라 동시에 엔돌핀이 돌아요. 또 체력도 중요하죠. 나이가 70인데 2~3시간 서서 연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체력이 무조건 뒷받침돼야 합니다."

어쿠스틱 통기타 중창 보컬 그룹 '바람소리'가 4월 30일 춘천교육문화관에서 근로자의 날 기념행사 공연을 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생 2막, 3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은퇴 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바로 찾아서 제2의 청춘을 잘 즐기는 시니어가 있는 반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조차 못 찾고 헤매는 어른들도 많다. 조주현 단장은 어떤 것이든 좋으니 '몰입할 거리'를 찾으라고 말했다.

"'성장을 추구해라.' 책에서 본 구절이에요. 퇴직을 앞둔 후배들을 모아놓고 이 한마디를 외치죠. 성장이라는 것은 음악 외에도 뜨개질, 바느질, 종이접기 등 아주 다양한 활동이 될 수 있어요. 무언가를 집중할 거리가 있으면 돼요.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기 마련이죠. 그 집중이 '몰입'입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든 가족이든 젊은 사람들한테 몰입할 거리를 찾으라고 조언해 줘요. 바람소리 단원들의 공통점이기도 하죠. 텃밭 농사에 몰입하는 팀원, 여행에 몰입하는 팀원 등 다양해요.

평균 나이 69세 바람소리 팀의 목표는 80세까지 노래하고 기타 치는 것이라고 했다. /바람소리

은퇴 후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죠. 성장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해요. 저는 그 성장이 곧 몰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장까지 하고 나서 기타 치고 노래할 줄 몰랐어요. (웃음) '아 옛날에 내가 이걸 참 좋아했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분명 지금 은퇴를 앞둔 분들도 마음속에 하나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 단장은 바람소리를 통해 매해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 들고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성취감을 느낄 일이 없다는 것. "바람소리는 매해 상을 받기도 하고 실력도 늘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성취감을 느끼죠. 보통 은퇴자들은 본인이 속한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있다가 은퇴하니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허무감에 힘들어하기 마련이에요. 이마에 '나 옛날에 사장'이라고 써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스스로 또다시 성장할 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바람소리 팀에게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이냐 물었다. "미국의 포크송 그룹 '브라더스 포'가 있어요. 그분들은 80대 중반까지 보컬을 했다고 해요. 저희 바람소리는 이제 70세이니 최소 80세까지는 활동하고 싶어요. 목소리가 나오는 한 노래와 기타는 계속 치고 싶죠. 이제부턴 그 목표에 몰입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