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가속기 수출 협정 요구 vs 빈살만 中 기업에 4억$ 투자

바이든 보안 협정 체결 위한 지연전술 엔비디아 GPU 등 판매 승인 늦추기 사우디 아람코는 지푸AI 투자로 맞불

2024-06-01     김민 기자
인공지능 가속기에 쓰이는 그래픽카드(GPU) 모형 /AMD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 국가에 대한 대형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출 대한 허가를 늦추고 있다. 화웨이(Huawei)를 포함한 중국 기업의 장비를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보안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 아람코(Aramco)의 벤처 캐피털 계열사인 프로스페리티(Prosperity)가 중국의 생성형 AI 기업인 지푸(Zhipu) AI에 4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며 미국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동 지역에 대한 대규모 AI 가속기 제품 판매 허가 신청에 대해 답변하지 않거나 지연시키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 AI 가속기는 AI를 학습시키는 데 특화된 칩을 뜻한다.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신경망 연산장치(NPU) 등 반도체를 조합해 만든다.

미국이 대형 AI 가속기 수출 속도를 늦추는 것은 해당 첨단 반도체 칩이 해외에 판매되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중동의 데이터 센터를 통해 최첨단 칩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중동에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이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추세다.

미 상무부는 "가장 첨단의 기술과 관련해 우리는 범부처 간 프로세스를 통해 광범위한 실사와 첨단 칩을 전 세계에 판매하려는 회사의 허가 신청서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무부는 "우리는 미국의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중동 및 전 세계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치에서 상무부는 중국으로 이전될 위험이 있는 40개국 이상에도 수출 시 허가를 별도로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이 중동으로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AI 발전과 관련해 지속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2024년 IEEE 데이터 엔지니어링 학회 참석자의 약 60%는 중국, 홍콩에서 왔다. 반면 작년 미국, 캐나다에서 개최된 학회에는 중국인들이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논문 발표자들도 비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중국인들의 참석이 봉쇄되면서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개최된 학회에 중국인들이 몰렸다.

중국은 미국이 ChatGPT에 버금가는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에 맞서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 왔다. 반미 성향의 빈살만 왕세자가 최대주주인 아람코의 이번 투자는 지난 11월 중국과 사우디 간 체결된 7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2022년 7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는 최근 중국 기업의 장비를 배제키로 한 내용이 담긴 보안 협정을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할 예정이다. UAE와 협정이 성사되면 사우디로의 AI 가속기 수출 금지 조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을 만드는 회사는 SK하이닉스, 삼성 반도체,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3개뿐이다. 이들의 HBM은 화웨이로의 납품이 중단된 상황이다. 2020년부터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조된 컴퓨터 칩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세 회사 모두 HBM 생산에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인 HBM은 베이스 다이라고 불리는 틀에 D램 반도체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형태다. 지금까지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어온 SK하이닉스가 최근 TSMC와 협약을 맺고 4세대 HBM를 대만 공장에서 생산해 엔비디아에 독점공급하는 전략을 펴면서 삼성전자와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