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센스] 하루 수십 번 주사 놓는 1형 당뇨인···살기 위해 쓰는 돈 '연 400만원'

알고 보면 본인부담금 7~80% 체계적이지 못한 의료비 형태 개선 여지 많지만 당뇨는 뒷전

2024-06-02     김정수 기자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 정상 분비가 안 돼 하루에도 여러 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체계적이지 못한 의료비 지원 대책으로 환자들은 비용 부담‧치료 질 측면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슐린 주사를 하루 수십 번 놓아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이 미흡한 의료비 지원 제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 정상 분비가 안 돼 하루에도 여러 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체계적이지 못한 의료비 지원 대책으로 환자들은 비용 부담‧치료 질 측면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2020년 1형 당뇨병 연령대별 유병인구'에 따르면 입원‧외래 환자는 총 4만4450명이다. 그중 소아‧청소년은 7%의 해당하는 3158명이다. 나머지 4만1292명은 성인 환자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복지부)는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책을 확대했다.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인슐린 펌프 기기 본인 부담률을 30%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고, 연속혈당측정기 전극(센서)기기와 소모성 재료의 급여기준액을 수정해 소아‧청소년 환자의 부담액을 줄였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형 당뇨 환자의 약 93%가 성인이지만 해당 지원책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만 해당한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원책을 연령으로 구분하면 안 된다. 성인이 된다고 해서 질환이 낫는 것도, 관리가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며 "관련해 복지부에 입장을 전달했지만 1형 당뇨 지원책 개선에 대해선 진전이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국민동의청원에는 '제1형 당뇨병의 지원 확대에 관한 청원'을 제목으로 청원 글이 게재됐다. 총 5148명이 동의했으며 현재는 동의 수 미달로 동의만료폐기 처리된 상태다. 1형 당뇨병 환자라고 밝힌 청원인 배모 씨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의료비 지원 부족과 복잡한 절차를 언급했다.

그는 "1형 당뇨 환자는 단순 관리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인슐린 주사와 소모성 일회용 주삿바늘, 혈당검사기기, 연속혈당측정기 센서 등 다양한 의료 장비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본인부담금만 매년 300~400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정도 존재한다"며 "그런데 지난 2월 말 정부가 발표한 확대된 지원은 19세 이상이 대부분인 1형 당뇨 환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19세 미만 대상이다. (확대된 지원에도) 본인부담금이 연간 100만원은 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토로했다.

인슐린 펌프 복합폐쇄회로형은 판매가 약 500만원 상당의 기기다. 지난 2월 복지부 지원 확대로 소아‧청소년은 기준 금액을 450만원으로 책정했고 그 금액의 90%까지 지원된다. 다만 성인의 경우 같은 기기인데도 기준 금액은 170만원에 머물러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복지부 지원책에서 대외적으로 보이는 본인부담금은 실제 환자들이 내는 비용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형 당뇨 환자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의료비 부담'은 실제 의료기기의 판매가와 책정된 기준 금액 간의 괴리다.

김미영 대표는 "성인 환자들도 70% 국가 지원이 있다. 하지만 판매가가 아닌 기준 금액에 대한 70%이므로 실제 환자들의 부담금은 6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인슐린 펌프 기기의 경우 판매 가격은 475만원이지만 기준금액은 170만원이다. 따라서 공단 지원율 70%는 170만원의 70%이므로 119만원이 지원된다. 본인이 부담하는 실제 금액은 475만원에서 119만원을 뺀 356만원, 즉 75%를 부담하는 것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그는 "특히 비용 부담이 높은 인슐린 펌프 기기를 예로 들자면 복합폐쇄회로형, 센서 기본형 등 품목별로 기준 금액이 다르다. 복합폐쇄회로형은 약 500만원 상당의 기기다. 이번 복지부 지원 확대로 소아‧청소년은 기준 금액을 450만원으로 책정했고 그 금액의 90%까지 지원된다"며 "하지만 성인의 경우 같은 기기인데도 기준 금액은 170만원에 머물러 있다. 그 금액에서 정부 지원 70%이므로 119만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381만원이 실제 본인 부담금이다. 사실상 본인 부담금이 70~80%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양급여 아닌 요양비 형태
공단 부담금 먼저 지불 후
사후 청구해 환급받는 식
중증질환으로 인정 못 받아

1형 당뇨병의 의료비는 요양비로 설정돼 있다. 구매할 때부터 자부담금만 내면 되는 타 질병과 달리 목돈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고 후에 환급을 신청해야 한다. 청원인 배모 씨는 "기기가 불량인 경우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절차에 익숙지 않은 정보 취약계층 환자들은 환급 신청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김미영 대표는 "1형 당뇨병 의료비는 보험 적용이 안 된 비용을 우선 본인 부담으로 다 내야 한다. 그다음 영수증 혹은 청구서 작성 후 사후 청구를 해야 하는 식"이라며 "시간적‧경제적으로 환자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요양비 형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처방전이 없어도 누구나 의료기기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슐린 펌프 기기의 경우 의료기기 등급상 4등급이다. 약물을 몸으로 주입하는 기기인 만큼 위험성이 있고 의료진의 교육이 꼭 필요한 기기다. 환자가 교육 없이 쉽게 사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본인 부담금을 내고 샀는데도 효과는 못 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문제가 생겨 사용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라고 밝혔다.

자동으로 약물 투입이 되는 만큼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겐 혈당 관리에 굉장히 도움 되는 기기다. 그럼에도 사용률이 낮은 이유는 이러한 의료비 형태와 의료진 교육의 부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처방전을 받고 기기를 사는 경우도 쉽지 않다. 처방전을 써주는 의료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1차 병원 의사들은 1형 당뇨, 인슐린 펌프 기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처방전을 안 써준다"며 "상급종합병원에 가려면 한두 달 진료 대기는 기본이다. 펌프를 쓰기로 마음먹어도 진료 대기로 사용을 포기하거나 결국 처방 없이 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형 당뇨는 각종 합병증 위험성, 관리의 어려움 등에도 중증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에서 문의한 결과 연간 본인 부담금이 100만원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실제 1형 당뇨병 환자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최소 300만원 이상임에도 연간 본인 부담금은 요양기관에서 지불된 금액만 인정해 주기 때문에 환자들이 의료기기 업체 등에서 지불한 금액은 의료비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김미영 대표는 "질병 치료를 위한 금액인데도 요양비 형태이기 때문에 의료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중증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상급종합병원을 가지 못한다. 그런데 인슐린 펌프 기기 같은 의료기기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곳에선 교육할 수 없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한데 제도는 점점 이용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중증이 아닌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면 본인 부담금이 높아질 뿐 아니라 경영진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병원 운영에 마이너스가 되는 환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증 난치성질환 산정특례제도에 포함돼 상급종합병원에서 본인부담금을 줄이고,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아 치료 질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 웰센스페스타'
"여성 건강의 적 당뇨·비만을 퇴치하라"
언제: 6월 24일 오전 11시 30분~4시
어디: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