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조 SMR시장 잡아라”···韓, 2028년 i-SMR 개발 완료

대형원전과 달리 민간과 협력이 핵심 2050년엔 신규 원전의 50%가 ‘SMR’ SMR 규제 완화 시스템 도입 주장도

2024-05-31     유준상 기자
미국에너지부의 아이다호국립연구소가 개발한 SMR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제공=아이다호국립연구소]

전세계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상용화를 둘러싼 각축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한국형 i-SMR 개발을 통해 650조원 규모 SMR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형 원전에 비해 제약이 적은 SMR 이점을 발판삼아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우리나라 대형원전의 설계·시공·운영·관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한국형 i-SMR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SMR은 주요기기를 모듈화해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한 발전용량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다. 발전용량 1000MW 이상 대형 원전 대비 절반 이하 부지에 건설이 가능하며 건설 기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또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 측면에서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 지역 난방, 신재생에너지 보완 등의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2035년 글로벌 SMR 시장의 규모가 650조원까지 성장하고, 2050년엔 신규 원전의 50%가 SMR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80여 개의 노형이 개발되고 있다. 각국은 정부의 직접 지원을 비롯해 활발한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2030년 초까지 독자적 SMR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이중에서도 SMR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미국 에너지부(DEO)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사업 투자를 하면서 SMR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같은 회사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와 테라파워에 각각 1억400만 달러,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물산은 7000만 달러, GS에너지는 4000만 달러를 각각 뉴스케일에 투자하며 SMR 산업화에 대비하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원전 강국인 한국도 한국형 소형모듈 원전인 ‘i-SMR’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i-SMR의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산업 역량을 결집시킬 계획이다. 올해 i-SMR 개발에만 6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상태로, 전년 예산(70억원)의 9배 수준에 달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의 SMR 개발 의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90여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11차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31일 공개한 실무안에 따르면, 차세대 원전으로 개발되고 있는 SMR을 2035년까지 투입하기로 공식 계획에 반영했다. 

대형 원전과 달리 SMR 사업화의 특징은 정부 주도가 아닌 정부-민간 합동 추진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현재 정부가 개발 중인 i-SMR을 비롯해 다양한 노형의 사업화가 포함된다. 

민간의 적극적 투자를 살릴 수 있는 이유는 SMR이 가진 특유의 장점 때문이다. 대형원전은 냉각수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해안가에 설치해야 하지만 SMR은 버려야 하는 열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어 공기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륙 곳곳에도 설치할 수 있다. 

작은 도시나 산업단지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넓은 만큼 잠재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것이 대형 원전과 달리 SMR사업을 민관이 함께하거나 민간이 주도하여 다양한 사업화 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참여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 체계와 전략을 올해 중에 마련해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또한 산업계 차원의 SMR 활용 사업모델 구상과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 제언도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구체화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미국은 SMR 개발에 있어 규제의 완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찍이 깨달고 SMR에 적합한 규제를 갖출 것을 명령하는 내용의 법까지 제정했다”며 “당장은 개발자-규제자 간 사전검토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되 통합인허가제 등도 적극 도입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