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PB 밀어주기' 의혹에···오프라인 유통업계 '쿠팡과 선긋기'

쿠팡 PB 상품 상단 노출 알고리즘 조작 의혹 공정위, 제재 여부 심의···내달 초 결과 발표 쿠팡 "대형마트 PB는 두고 이중 잣대로 규제" 대형마트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 환경 달라"

2024-05-30     류빈 기자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여부 등을 본격 심의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여부 등을 본격 심의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PB 영업을 해오던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이번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쿠팡과 대형마트 PB 영업을 동일선상에 두고 보긴 어렵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1차 전원회의를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내달 5일 2차 전원회의를 연 뒤 쿠팡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고 이르면 6월 초 죄종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PB 상품의 검색 순위를 상위에 고정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쿠팡이 자의적으로 알고리즘을 운영했을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또한 쿠팡이 PB 상품의 구매 후기를 임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작성·관리하도록 하고 해당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심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의 지적에 반박했다. 랭킹은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며, 알고리즘 조정·변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된 기준 외에 고객 편의와 만족도 향상을 위한 추가 요소가 수시로 반영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 등 알고리즘 운영 방식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소비자 동선과 판매 전략을 기반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것처럼 온라인의 검색 순위도 플랫폼 고유의 진열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것은 이커머스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쿠팡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며, 온·오프라인 불문한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이러한 유통업의 본질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 주장대로 유통업체의 검색 결과에 기계적인 중립성을 강제한다면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렵게 되고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과 중소업체의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쿠팡은 대형마트와의 역차별을 강조했다. 대형마트가 대부분의 인기 PB상품을 매출이 최대 4배 오르는 '골든존' 매대에 진열하는 상황에서 쿠팡 PB 진열만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쿠팡 측은 “PB상품 매출 비중 30% 대기업 대형마트는 놔두고, 매출 비중 5% 온라인PB(쿠팡 PB)만 이중 잣대로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 "매출 비중 5%인 PB 규제, 대형마트와 역차별"
대형마트 업계 "쿠팡과 동일선상으로 보긴 힘들어"


이에 쿠팡에 대한 심사 결과에 따라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들의 PB 영업 관행에 대해서도 논란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마트의 '피코크'와 '노브랜드',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시그니처'와 '심플러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와 '오늘 좋은' 등 대형마트 PB 상품도 고객들의 손길이 잘 닿는 곳에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PB 상품 노출과 대형마트의 PB 상품 진열은 판매 공간 및 소비자의 구매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달리 봐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공간적 제약 때문에 상품을 선별할 수밖에 없는데 온라인은 딱히 그럴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판매자들이 원하기만 하면 모든 상품을 등록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앱 화면에 보이는 상단에 인위적으로 PB 상품을 노출한 것과 오프라인 매장을 같은 선상으로 봐야 하냐는 거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은 대형마트와 똑같이 쇼핑 편의를 위한 거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쇼핑 편의를 위한 거라고 할 수 있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해보면 좀 다를 것 같다”며 “온라인은 좀 더 목적 지향적인 소비를 많이 한다. 검색어를 통해 쇼핑을 하는 게 온라인에서의 쇼핑 패턴인데 물티슈를 검색 했을 때 PB 물티슈가 상단에 계속 뜨게 하는 행위가 오프라인에서 수산존, 야채존, 과일존 등과 함께 PB존 매대를 따로 마련한 것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는 힘들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