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해약환급금 담보 대출 중단에도 '안 따라하는' 손보 업계 왜
환급액 시간 갈수록 주는 특성 탓 지난해 약관대출 71조 역대 최고 이자 높지 않아 상환 유인 적지만 "해약했다면 환급해 줬어야 할 돈"
삼성화재가 내달 26일부터 순수 보장성 상품 5종의 보험약관(계약)대출 판매를 중단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약관대출 잔액이 늘어남에 따라 다른 보험사 역시 대출 조이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이런 동향은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순수 보장성 보험 상품 약관대출의 대출 한도는 해약환급금 액수 내로 제한되며 이자율도 낮아 상환 유인이 크지 않다. 전문가는 대출 잔액 증가는 자연스러우며 따라서 이같은 현상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오는 6월 26일부터 순수 보장성 보험 상품 5종(무배당삼성80평생보험, 무배당삼성80평생보험Ⅱ, 무배당삼성80평생보험Ⅲ, 무배당삼성80평생보험Ⅳ, 무배당 유비무암보험)의 약관대출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다.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대출받는 제도다. 해당 상품의 약관대출 가능 비율은 해약환급금의 30%였으나 이를 0%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삼성화재가 순수 보장성 상품의 약관대출을 조이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약환급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해약환급금이 없어지는 상품에 대해 대출을 내준다는 것 자체가 보험사에는 리스키한 부분이 있다"면서 "해당 상품 대출률이 특히 더 높아졌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 잔액 71조원으로 2022년 대비 3조원, 전분기 말 대비 1조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다른 금융사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보험 약관대출을 받는 차주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올해 3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새로 취급한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25.8점으로 전년 동기(916.4점) 대비 9.4점이나 올랐다. 지난해 말(923점)과 비교하면 4.6점 오른 수치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955.8점)도 지난해 동기(945.8점) 대비 10점이 늘어났다. 차주의 신용점수가 올랐다는 것은 대출 심사가 엄격해졌음을 의미한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신용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자 은행은 저신용 차주에 상대적으로 대출을 적게 내줬다고 해석된다.
보험 약관대출은 상품 가입자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만큼 별도의 대출 심사가 없다. 절차 역시 간소한 데 비해 은행권 대출과 금리차는 크지 않아 저신용자가 주로 찾는 '불황형 대출'이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약관대출 차주 중 다중채무자, 저신용등급층, 저소득층 등 취약차주의 비중이 작지 않다"며 "잠재적인 (보험사) 부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약관대출 판매 규모가 큰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삼성화재 외 다른 보험사가 동참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약관대출 판매 축소 역시 전체 약관대출 잔액 증가에 따른 것은 아니다. 관계자는 "올해 이자율이 떨어져 수익성이 줄어드니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약관대출 가능 비율을 2022년부터 줄여왔다. 2022년 6월 삼성화재는 약관대출 가능 비율을 해약환급금의 60%에서 50%로 낮췄고 지난해 6월에는 30%로 줄였다.
보험 약관대출 특성상 잔액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며 따라서 이를 보험사의 큰 리스크로 파악할 이유는 없다. 관계자는 "이자율이 은행권 대출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차주 입장에서는 상환 유인이 적어 잔액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줘야 했을 해약환급금 내에서 대출을 내어준 것이기 때문에 잔액이 늘어나거나 연체가 는다고 해서 크게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