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이런 체육행사 다시 볼 수 있을까?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서기] 10남매 자손들이 이루는 체육대회 각종 게임과 행사로 친목을 다지고 밤하늘 별과 같고 바닷가 모래 같게 이런 대가족 행사 또 볼 수 있을까
10남매 자손들이 모이는 가족 체육대회
1960년대 가난했던 농촌 풍경은 대부분 비슷했다. 초가지붕 아래 마루가 있었고 벽에는 액자가 하나씩 걸려 있었다. 그 액자 속 내용은 커다란 어미 돼지 한 마리가 누워 열 마리 새끼 돼지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이었다. 다산의 상징이요 부의 상징이었다. 노동력이 필요했던 시기 식구가 많은 집이 농사짓는 데 가장 유리했다.
외양간의 황소는 농가에 없어서는 안 될 가보였다. 소는 논밭을 갈고 마차를 끌어 물건을 나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이었다. 충북 진천군에 있는 실원리 마을도 그런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그곳에 살고 있던 경주김씨 성을 갖고 있던 농촌총각이 아내를 맞아 혼례를 치렀다.
총각은 가족을 꾸리고 농토를 넓혀갔으며 가난한 살림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10남매를 두었다. 딸 여섯 명에 아들 넷이었다. 그렇게 10남매를 낳고 길러 모두 출가시키고 그도 늙어 세상을 떠났다. 그 10남매 자손은 다시 혼인과 출산으로 200여명의 대가족이 되었다.
1980년 그중 4형제가 시작했던 족구 대회가 1990년 후반 10남매 전체 자손들로 확대하여 체육행사를 이어왔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한 모든 해에 시골 운동장을 빌려 다양한 종목의 행사를 했다. 족구, 발야구, 피구, 명랑운동회, 줄다리기, 어르신들 파크 골프 등이 운동장에서 펼쳐졌다. 4개 팀으로 나누어 4가지 색(노랑, 파랑, 녹색, 형광) 조끼로 팀을 이루고 우승팀에 우승컵을 수여하고 기념품도 전 가족에게 나눠줬다.
5대째 이어진 자손 명찰
해마다 90명에서 110명 정도가 참여하는 체육대회는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10남매 자손을 구분하는 명찰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명찰은 10남매 중 어떤 분의 몇 번째 자손인가를 표시하는 일련번호가 매겨졌고 이름 옆에 생년을 표시해 나이를 알게 했다. 10남매를 기준으로 숫자 맨 앞에 10남매 순서가 기록되고 그 뒤로 다시 첫 번째 두 번째 자손이 그 밑에 다시 손자 손녀가 기록되었다.
2024년 열리는 이번 체육대회에는 드디어 다섯 자리 숫자가 등장하였다. [1-1-1-1-1 김00]의 숫자로 10남매의 첫째, 그분의 첫 번째 자녀, 그분의 첫 번째 손자 손녀, 또다시 그분의 증손 또는 증손녀, 그리고 그 사람 다음이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명찰만 봐도 10남매 중 몇째의 몇째 자손들인지 한눈에 구분이 되었다.
가족 소개 순서
체육대회 순서는 개회사가 있고 어른들의 인사 말씀과 축사, 가족 소개, 종목, 배점, 상품소개 등으로 이루어지고 폐회식은 성적 발표, 상품 수여, 단체 사진을 찍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 중 가족 소개는 10남매 가족이 첫째부터 마지막까지 순서대로 전원 다 나와 소개가 이루어졌다. 서로를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식전 행사가 끝나면 곧이어 종목에 따라 선수 선발이 이루어지고 열렬한 응원이 이루어지며 열기를 더해갔다.
전통 놀이 투호 던지기
투호 던지기는 팀 경기로 자신 있는 사람 누구나 선수로 출전해 던질 수 있다. 통에 넣는 것이 쉬울 것 같으나 실제 해보면 그렇게 쉽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모자라거나 지나치거나 옆으로 새기 일쑤다. 그러다 한 개가 통 안으로 들어가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미니 골프
미니 골프 또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주로 어르신들이 하던 경기였지만 젊은이들도 참여해 실력을 뽐낼 수 있다. 파쓰리 홀 4개를 돌아 최저 타수가 나오는 팀이 우승팀이다. 번외 경기로 1000원씩 내고 1등에게 몰아주는 경기도 치열하다. 재미로 하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돈이 걸리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단체게임 피구
단체로 할 수 있는 경기로 피구만 한 것도 없다. 두 편으로 나누어 공을 던져 상대 팀 선수를 맞히면 공에 맞은 사람은 아웃이다. 던지는 공을 요리조리 피하며 살아남는 것이 묘수다. 용기 있는 사람은 오는 공을 받아 던져 상대 팀을 아웃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받다가 놓치면 자신이 아웃될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외에 가족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가위바위보 게임도 즐거움을 주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동식 뷔페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식사는 처음엔 큰 가마솥에 국을 끓여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먹고 마시고 했으나 요즘은 뷔페로 대신하고 있다. 여럿이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연장자들은 옛날 가마솥에 고기 넣고 끓여낸 육개장에 대한 추억이 많아 지금도 그 솥 국을 그리워한다.
"밤하늘 별과 같이, 바닷가 모래처럼~" 그런 날이 다시 올까?
어찌 되었든 10남매 자손들이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운동하는 하루는 축제다. 옛날처럼 가족 혼사도 많지 않아 모일 기회가 별로 없어서다. 이렇게 대식구가 만나는 건 언제라도 친인척이 서로 알고 지낼 좋은 기회다.
창세기 22장 17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네 자손이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 모래와 같게 하리라.” 그 말이 10남매씩 낳던 시절엔 가능했다. 시대는 변했다. 10남매 자손들이 모여 이런 체육행사를 하는 것도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저출산의 쓰나미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 모래와 같이” 자손이 번성한다는 창세기 말씀이 또다시 이루어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