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노트] ‘K-클래식’으로 유럽인의 마음을 훔친다
한국 고대 설화와 음악 담은 오페라 '처용' 국립오페라단, 파리·베를린·빈 순회공연
국립오페라단은 6월 9~13일 현대오페라 <처용>으로 유럽 3개국 순회공연을 펼친다. 콘서트 오페라로 진행하는 점이 아쉽기는 하나 이번에 유럽에 소개하는 <처용>은 이영조가 작곡하여 1987년에 초연한 작품으로 우리 전통 설화를 소재로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기법이 절묘하게 엮어 하모니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처용과 관련한 내용은 삼국유사에 나온다.
"제49대 헌강왕이 개운포(지금의 울산)에 다녀오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여 길을 잃을 정도였다. 왕이 동해용(東海龍)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하자 구름이 개이고 안개가 흩어졌다. 용이 기뻐하여 아들 일곱을 데리고 임금 앞에 나타나서 덕을 찬양하며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아들 하나를 왕에게 딸려 임금을 따라 서울에서 왕정을 돕도록 하였는데 이 자가 처용이다.
왕이 그를 머물게 하려 미녀와 결혼시키고 벼슬도 주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워 역신이 탐을 내어 사람으로 변해 밤에 몰래 동침하였다. 처용이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두 사람이 누워 있음을 보고, 이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물러났다. 그러자 역신이 처용 앞에 꿇어앉아 ‘노하지 않는 그의 인품에 감격하여 이후에는 그의 모습만 보아도 피해 가겠다'고 했다. 그 뒤 사람들은 처용의 모습을 그려 문에 붙여 사악함을 물리쳤다. 헌강왕이 용을 위해 울주군 영취산에 망해사(望海寺)를 세웠다.” (처용랑 망해사 조)
타인이 자기 부인을 범한 것을 보고 처용이 노래했다는 소위 처용가(處容歌)의 내용은 오히려 서정미가 넘친다.
'서라벌 밝은 달에 밤늦게 놀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구나.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뉘 것인고. 본래 내 것이다마는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오페라 <처용>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신라는 멸망하기 직전에 부패가 극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옥황상제는 이 나라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하는데 곁에서 보고 있던 옥황상제의 아들 처용은 신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지상에 내려온다. 하지만 아름다운 지상의 여인 가실과 사랑에 빠지고 오히려 타락하여 신라를 구할 수 없게 된다.
이때 가실을 흠모하던 역신이 나타나 가실을 자신에게 주면 신라를 구할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고민하던 처용은 끝내 가실의 방 열쇠를 주고 처용으로 변장한 역신은 가실을 범한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실은 자결하고 처용은 나라와 아내를 모두 잃고 역신과 함께 옥황상제 앞에 나가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번 공연의 연주는 지휘자 홍석원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끈다. 한국적 감수성을 녹인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이지나가 연출을 맡는다. 처용 역에는 독일 마이닝겐 국립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테너 김성현, 가실 역에는 소프라노 윤정난이 맡는다. 옥황상제 역에는 베이스 권영명, 파리 콩쿠르 등에서 1위를 거머쥔 바리톤 공병우가 역신 역으로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