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核 재처리 구두 수용···트럼프 2기 서면 합의 가능성↑
트럼프 관심은 오직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원자력협정 제11조 1항 단서 활용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농축 꺼내볼만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한국과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협상이 왜 안되겠냐' '한국의 핵 능력 증진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내놨다. '주한미군 철수'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유연성을 보여준 것이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폼페이오 전 장관은 조선일보 주최 포럼에서 "핵연료 재처리나 농축이 일본에는 허용돼 있지만 한국은 하지 못하고 있는데 트럼프 집권 2기 때 협상이 가능한가"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의 질문에 "왜 안 되겠나(Why not?)"라고 답해 관중을 놀라게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미국이 확장억제 제공을 중단하거나 미군 철수를 할 경우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믿는 한국인도 많다"라는 지적에 대해 "더 견고한 민수 원자력 능력이든, 더 나아간 복잡한 핵 프로그램이든 한국인들이 어떤 핵 능력을 증진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핵 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은 핵 관련 정보 공유 확대를 통한 확장억제 강화가 골자다. 한국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확장억제 개념에 핵(nuclear)을 새롭게 포함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인상 압박과 함께 미군 철수 가능성에 국민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이 "(한국의 핵능력 증진이) 주한미군이나 핵우산 같은 미국의 대한 방위 공약 축소를 시사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한다.
韓 핵무장해도 분담금만 잘 내면
트럼프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 ↓
한국은 1974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과 1975년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미국 동의 없이는 재처리와 농축을 할 수 없는 국가로 분류된다. 재처리를 통해 얻은 플루토늄은 순도가 높아 원자탄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국제사회 규제를 받는다.
지난 2015년 6월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의 유효기간은 20년으로, 2035년 재협상 시한이 도래한다. 다만 한미원자력협정 제11조 1항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의 형상 또는 내용의 변경이 미국과 서면으로 합의되는 경우에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트럼프 집권 시 서면 합의만 이뤄지면 개정 없이도 핵연료 재처리국으로 발돋움 가능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및 재임 시절에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측근인 폼페이오 전 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한국 입장에선 '플루토늄 재처리를 비롯해 핵폭탄 제조가 가능한 20% 이상 우라늄 고농축'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명분을 얻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심이 주한미군 철수보단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핵 확장억제'란 글로벌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생각하는 나토(NATO)·한국·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는 것이 숙원 사업. 그는 실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다 협상이 난항에 빠질 때마다 참모들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지시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의 회고록 '신성한 맹세'(A Sacred Oath)를 보면 2019년 하반기 폼페이오 전 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 때 우선순위로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만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트럼프는 미소 지으며 "맞아, 두 번째 임기에 하자"고 답변하는 단순함을 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