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모수개혁 거부···李가 단 고양이 목에 방울 떼어낸 尹
나이 어릴수록 소득대체율 상향 주장 청년 언급하며 22대 국회 미루는 尹 공무원연금 개혁 실패→朴 탄핵 역풍
국민연금 개혁은 청년층일수록 저항이 높은 까닭에 누구든 먼저 나서려 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안을 수용하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지만 채상병 특별검사법 재의결에 부담을 느낀 정부·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26년 만의 합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당의 개혁안을 수용하겠다는 민주당에 대해 "단순히 소득대체율 1% 차이가 문제가 아니다"며 "소득대체율이 아닌 구조개혁이 문제"라고 장동혁 원내 수석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위원장 주호영)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모수개혁 공식 안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3%"라며 "소득대체율 44%는 구조개혁이나 다른 부대조건들이 합의되었을 때의 조건부 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왔다.
계층·세대 간 공공부조 성격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두 갈래로 나눠진다. 모수개혁은 연금 체계는 일단 그대로 두고 기여율·지급률 등 수치만 조정하자는 것이고, 구조개혁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향을 비롯해, 기초연금, 퇴직연금, 직역연금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먼저 연금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조정을 위해선 세대 간 합의가 필요하다. 청년층의 목에 방울을 달아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된다. 반면 다른 공적 연금과의 이해관계 조정은 이보다 더 어려운 지난한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런 이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을 불렀다고 평가받는 공무원연금 개혁 실패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5년 5월 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급률(1.9%→1.7%)과 기여율(7%→9%) 조정으로 절감되는 약 333조원(예상치)의 20%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데 투입하는 구조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특위가 국민연금을 논의할 권한이 없음에도 이런 합의가 이뤄진 것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는 여론을 의식해서였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기구는 작동하지 않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운영 주체가 정부일 뿐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의 기본 성격은 인사관리의 수단으로 제공되는 보수 및 금융계약의 일부다. 다시 말해 재직자가 퇴직자의 연금 부채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경제 사회적 변화에 따른 연금 지출 급증의 불가피성과 정부 재정 부담의 한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사회에 대한 국민의 화풀이 여론에 힘입어 국면 돌파를 시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는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상정에 부담을 느껴 합의 처리를 제22대 국회로 미루자는 정부·여당의 인식도 구조개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기성세대보다는 청년과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안이라며 청년세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달 23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시민대표단을 상대로 한 최종 설문조사 발표를 분석하면 20대(18세∼29세)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을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30대의 51%는 보험료율만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방안(2안)을 지지했다.
미래 세대일수록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설문조사 1안 대비 소득대체율을 6% 낮춘 합의안이 무산돼 모수개혁도 물 건너가면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여야 한다는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주장이 거꾸로 힘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