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에 보충 수업 의무화?···"실효성 없어"
교수·학생들, 예비군 학습권 강화 정책 비판
예비군 학습권 강화를 위한 학칙 개정 등 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학은 학칙을 개정하는 등 예비군 학습권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학생 예비군의 학습권을 강화했다. 신설된 조항은 △결석 처리 등 불리한 처분을 금지 △수업 자료 또는 보충 수업 제공 의무화 등 조치를 핵심으로 한다.
대학도 학칙을 개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179개 대학 중 99곳(55%)이 학칙 개정을 마쳤다. 59곳(32%)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후 개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이달 초부터 다른 학생과 예비군 날짜를 교환하거나 강의 자료를 구한다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답례로 각종 기프티콘이나 사례금을 내거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예비군 2년 차 대학생 이모 씨(24)는 "교수님이 예비군 학생에게 자료를 제공해 준다고 했지만 원래 제공되는 자료라 큰 의미가 없다"며 "강의를 같이 듣는 지인도 없어서 수업 필기와 녹음을 해줄 사람을 미리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재현 씨(가명·남·30)는 "예비군 가는 날과 조별 수업 발표가 겹쳐서 조원에게 피해를 줄 것이 우려돼 수업을 들을 생각"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 정홍석 씨(가명·남·25)는 "교수님한테 예비군 보충 자료나 수업을 부탁하기는 부담스럽다"며 "한 학기 10일 남짓한 예비군 기간만이라도 강의 녹화나 녹음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수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비군이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일일이 보충 자료를 제작하거나 강의를 하기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행정 업무는 그대로면서 교수한테 부담만 더한 탁상공론"이라며 "최근 저작권 문제로 교수들이 소송을 당하는 상황에서 강의 자료와 녹화본을 제공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박웅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출석 인정 등 제도 취지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소수 인원 때문에 보충 수업 실시는 현실적이지 않아 실시간 녹화본을 제공하는 식으로 서로 타협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의 예비군 학습권 강화 정책은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느라 결석한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반복된 데 따라 이뤄진 조치다.
지난해 6월 한국외대에선 예비군 훈련으로 수업에 1회 불참한 최고 득점자 학생이 강사로부터 감점을 당해 장학금을 받지 못한 사건이 논란이 됐다. 재작년엔 서울대, 성균관대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학생 예비군은 42만6905명으로 집계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말에 이어 오는 9월 중 전국 12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생 예비군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없는 합동 실태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예비군 학습권 보장 내용 학칙 반영 여부 △교직원 교육 및 교내 홍보 실태 △위반 사례 및 문제점 진단 등을 확인·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