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년] ‘무역전쟁’에 등터지는 한국···尹 통상전략 고도화해야
포문 열린 미·중 2차 관세전쟁 글로벌 무역 갈등 심화되는 양상 “CPTPP 가입으로 공급망 확보 필요”
| 윤석열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두 해를 보냈다. 공약했던 정책 효과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솎아내야 하는지 분별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기대했지만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바 없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정책들도 거론된다. 여성경제신문이 출범 3년차에 진입한 윤석열 정부가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윤석열 정부 들어 ‘글로벌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무역 전쟁은 국가 간에 서로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타국 생산시설에 과한 규제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과해지면 각국의 연결된 공급망을 교란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작년 2월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생산 규제를 예고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똥이 튄 바 있다. 양 사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과 시설 강화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조치나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약 40%가 중국 시안공장, SK하이닉스의 D램 48%가 우시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다만 우리 통상당국과 양 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규제 조치를 무기한 유예했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무역전쟁의 불똥이 언제 어떻게 한국에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달 14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무역대표부(USTR)에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관세 인상을 지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산 전기차, 반도체 등에 관세 폭탄을 던진 것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제재 조치 성격이 강하다.
주요 품목별로 중국산 전기차(25%→100%), 철강·알루미늄(0~7.5%→25%), 반도체(25%→50%),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7.5%→25%), 태양광 전지(25%→50%) 등에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무역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선제적으로 대응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대두된다. 중국이 대미 수출이 막힌 공급과잉 품목을 한국, 일본, EU 등 다른 국가로 헐값에 밀어내기를 함으로써 산업 피해가 다른 국가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PIIE) 여한구 선임연구위원은 “EU 등 다른 지역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 구제 조치가 확산될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도 무역 구제 조치를 검토하는 등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주요 광물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이 미국 내 우리 기업의 전기차 제조나 배터리 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은 거론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배터리 팩을 만들 때 중국산 광물과 부품이 많이 들어간다”며 “여기에 구형 반도체 활용 전장부품이 전기차에 많이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원가가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역 갈등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2016년 20건에 불과하던 전 세계 수출 제한 조치는 2022년 146건, 2023년 99건으로 급증했다. 무역 갈등은 수출산업 위축, 물가 상승 및 일자리 감소 유발, 소비 심리 약화 등 각국의 내수경기에도 부작용을 촉발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무역 정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지난해 영국은 일본과 호주 등 11개국이 2018년 출범시킨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신규 가입도 한국의 대응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2020년 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가입 의향을 밝혔지만 정식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한 경제 전문가는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경제 안보와 보호무역 확산 등에 대응한 통상 전략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며 “한국은 CPTPP 가입을 통해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의 수출 경쟁국들과 공생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