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케어] ⑧ "5070만의 놀이공원 문화 큐레이션 오뉴 북촌점으로 놀러오세요"
로쉬코리아 김한규 콘텐츠팀 매니저 7개 카테고리 총 120여 개 프로그램 "시니어 삶 전반을 변화시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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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MP3 영상은 PMP 전화는 3G 핸드폰으로." 주머니 가득 세 가지 기기를 넣어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2024년의 초·중·고등학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적 기기의 발명은 우리의 생활을 이롭게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 이후 '혁신'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대상이 있을까. 인공지능·전기차·로봇청소기 등 우리 일상을 감히 '바꿀 수 있다'는 제품은 많지만,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스마트폰만큼의 제품은 아직 없다. 2022년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은 95%를 넘었다. 향후 10년, 아니 20년을 보면 국민 3분의 1이 사용해야 할 제품들이 지금 수면 밑에서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실버케어' 제품이 그 주인공이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여성경제신문이 차세대 실버케어 혁신 제품을 준비하는 업체를 '릴레이 인터뷰'로 만나본다. [편집자 주] |
"시니어 삶 전반을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어르신들이 70‧80대가 되기 전부터 시작해 평생 가져갈 취미를 만들어드리고 싶었죠. 훗날 홀로 살게 되어도 외로움을 느낄 틈 없이 문화‧여가로 가득한 삶,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속해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했어요. 그렇게 5070 여가‧문화 큐레이션 브랜드 '오뉴'가 탄생했습니다."
마치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는 5070만의 놀이터 오뉴 북촌점이 최근 새로 리뉴얼됐다. 드로잉‧클래식 음악‧사진 촬영 등 7개 카테고리 별로 총 120여 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오뉴 웹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별로 시간권‧정기권 티켓 구매 후 오프라인 공간 '북촌점'으로 방문하는 식이다.
오뉴를 만든 로쉬코리아는 지난 2020년 8월 각자 홀몸 부모님을 모시던 아들 3명이 모여 시니어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타파할 방법을 모색하다가 창립됐다. 생활 도움에서 그치지 않고 시니어 삶 전반을 변화시켜 줄 서비스를 구상했다. 그렇게 2022년 '오늘도 새롭게'라는 의미를 담은 문화 큐레이션 브랜드 오뉴가 개발됐다.
20일 여성경제신문이 오뉴 북촌점에서 김한규 로쉬코리아 오뉴 콘텐츠팀 매니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간략한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쉬코리아는 오뉴 이전엔 시소라는 브랜드를 운영했어요. 컨시어지 브랜드였죠. 어르신들 집에 방문에 전구 교체, 가구 옮기기 등 주로 생활 도움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그렇다 보니 7080이 주 타깃이었죠. 위치도 그 연령대 어르신이 주로 거주하는 은평구 불광동이었어요. 하지만 한계를 느꼈어요. 생활 도움 서비스만으로 시니어의 고립감, 외로움 등을 중장기적으로 폭넓게 타파할 수 없었죠. 80대가 되기 전, 더 젊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취미‧여가 프로그램 경험을 미리 제공한다면 훗날 70‧80대가 되어서도 취미 활동으로 외로움을 덜 느끼시지 않을까, 오뉴 프로그램이 그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5070 대상 여가 큐레이션 브랜드 '오뉴'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 오뉴의 목적‧목표가 궁금합니다.
"시니어 고립 해결, 새로운 경험 제공, 그리고 커뮤니티 활성화입니다. 시니어 대부분은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기 어려워하세요. 용기가 필요하지만 용기 내는 방법도 잘 모르시죠.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오뉴가 채워드리고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는 발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저희가 일거수일투족 옆에서 경험을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오뉴 공간 내에서 서로 친구가 될 기회도 마련해 드리고 싶었죠. 대부분 오전에 프로그램 듣고 근처에서 식사를 같이하거나 오후에 오뉴 1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담소 나누고 귀가하세요. 그렇게 또래 시니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경로가 된 거죠.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그 영역이 넓혀지면서 고립감과 외로움이 덜해지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 오뉴에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온라인으로 클래스 수강 신청 후 오뉴 북촌점 혹은 외부 장소에서 진행되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이에요. '소셜 다락방', '플레이그라운드', '컬처 라운지', '사유의 서재', '지식의 정원', '창작 아뜰리에', '웰니스 라운지' 등 총 7개 카테고리로 120여 개 프로그램이 있어요. 우선 하루 들어보고 결정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 개념의 시간권과 4주, 8주씩 듣는 정규 클래스 개념의 정기권이 있어요. 이중 시간권은 동시간대(오전, 오후, 저녁) 프로그램에 한해 한 프로그램 가격으로 2개의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합니다.
가격은 프로그램마다 천차만별이에요. 놀이공원 티켓 구매하듯이 시간권, 정기권 중 원하시는 상품으로 오뉴 웹페이지에서 구매하시면 돼요. 가격은 클래스마다 다 나와 있죠. 대표적인 오뉴 프로그램으론 스마트폰 배우기, 클래식 음악, 미술(드로잉) 등이 있어요. 특히 '음악 살롱'이라는 클래식 음악 클래스는 클래식 연주를 직접 듣는 프로그램이에요. 30~35명 정원으로 공간을 마련해 예술 장단이나 공연가를 초빙해 연주를 듣죠. 비싼 돈 주지 않고 생음악을 가까이서 듣는다는 점에서 오뉴 초창기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프로그램이에요."
— 문화‧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기관‧플랫폼 사이에서 오뉴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면.
"첫 번째는 소규모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프라이빗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 두 번째는 고객 의견이 반영된 연계 프로그램이 기획된다는 점이에요. 다른 공기관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어르신 대상 문화‧여가 프로그램은 이미 제공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곳은 대부분 대규모죠. 자신이 배우고 싶은 내용을 100% 배우긴 힘들어요. 한 오뉴 고객분은 주민센터 노래 교실에서 노래는 배우는데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배울 수 없어서 아쉬웠다고 하셨어요. 100여 명에 맞춘 노래인 거죠. 오뉴의 보컬 트레이닝 수업은 최대 6분까지만 받아요. 90~120분 내 6분에게 할애돼서 각자의 곡을 알려드리고 코칭해 드리죠. 이렇게 1:1 트레이닝을 받으시곤 굉장히 만족스러워하셨어요. 이처럼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소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두 번째는 프로그램 간 연계성이에요. 2022년부터 2년 정도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선호하는 바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점이 세워졌죠.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진 촬영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사진을 찍는 법을 배우고 나니 그다음은 SNS에 올리는 법, 영상 찍는 법에 대한 클래스 수요가 이어졌죠. 그렇게 인스타그램 교육 프로그램, 영상 클래스 등 연계성 프로그램을 또 열게 됐어요. 이렇게 영역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게 오뉴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 시니어 고객들의 오뉴 프로그램 참여 계기, 이유가 대체로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5070이 주를 이루는 오뉴 고객들은 아직 일하고 있는 시니어와 은퇴한 시니어로 나뉘어요. 반반이죠. 두 집단의 니즈는 달라요. 일하는 시니어들은 일하는 와중에 자기만의 공간‧시간을 갖고 싶은 니즈가 커요. 주 6일을 일해도 하루만은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고 싶은 경향이 큰 거죠. 사실 이런 점은 요즘 MZ세대 가치관과 다를 바가 없어요. 은퇴자들은 주로 예전에 못 해봤던 것들, 새로운 경험에 대한 니즈가 커요. 다른 의미로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도 계시죠. 집에만 있으면 부부‧자식 등 계속 가족 구성원을 마주치다 보니 그런 수요가 커요. 또 가만히 TV만 보는 것보단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활동적인 것을 하고 싶은 욕구도 있죠. 자신에게 도움 되는 활동을 하고 싶어하세요."
— 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은 시니어 고객이 있다면.
"두 50대 중후반 여성 고객이 기억에 남아요. 한 분은 은퇴자, 한 분은 일하시는 분이었죠. 은퇴하신 고객은 원래 은행원이셨고 가정을 위해 헌신했던 분이었어요. 은퇴하고 아이들도 출가하니 공허함이 커서 못 견디겠다고 하셨죠. 은평구에 사무실이 있던 시절 저희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그때부터 장기 미술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다양한 클래스를 들으셨어요. 초창기 멤버로서 저희 브랜딩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죠. 고객과 같이 큰 셈이에요.
다른 한 분은 원래 메이크업 관련 강의를 하시는 분이었어요. 강의를 듣는 것보단 하는 것에 익숙한 분이셨죠. 오뉴에는 수강생 신분으로 오셔서 오뉴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듣고 싶어 하셨어요. 미술 클래스, 글쓰기, 오카리나 수업 등 다양하게 들으셨죠. 주 6일 일하는데 쉬는 딱 하루에 오뉴로 오신 거예요. 하루만은 자기만을 위해 투자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과거에 꼭 해보고 싶었던 분야를 다양하게 배우셔서 만족스럽다고 하셨죠. 액티브 시니어분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어요."
— 오뉴 북촌점 층별 소개와 북촌으로 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뉴 북촌점은 총 5층으로 이뤄져 있어요. 지하 1층과 3층이 프로그램 강의실, 1층과 2층은 카페에요. 프로그램을 듣지 않는 일반인들도 카페에 얼마든지 오실 수 있죠.
북촌으로 정한 이유는 기존 컨시어지 프로그램 '시소'를 운영할 땐 7080이 주 타깃으로 장소도 은평구였어요. 거기서 5070 문화‧여가 프로그램 오뉴를 개발하게 되면서 시니어가 자주 오는 종로, 그리고 나들이 컨셉을 지닌 삼청동으로 장소를 선택하게 됐죠. 새로운 경험 제공에 초점을 뒀습니다. 기존 삼청동에 있던 '오뉴 하우스'에서 공간 확장을 위해 최근 오뉴 북촌점으로 이동했습니다."
— 오뉴를 운영하면서 보람찼던 순간 혹은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이 들어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죠. 오뉴 프로그램을 계속 찾으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오랜만에 얻는 성취감 때문이라고 하세요. 재봉틀 수업으로 사용하지 않는 옷들로 리폼한 앞치마나 스마트폰 촬영 클래스로 얻은 사진 작품 등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이 있으니까 더 재밌어하시죠.
고객분들이 '오뉴 프로그램을 통해 삶이 변했다, 다채로워졌다, 인생이 재밌다'와 같은 반응을 제게 보이는 순간 보람차고 뿌듯합니다. 더 도전적인 5070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북촌점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까지 확장하는 게 저희 로쉬코리아의 향후 목표에요. 앞으로도 많은 시니어 고객이 놀이공원 오듯 기대감을 품고 저희 오뉴 북촌점에 놀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여성경제신문은 [실버케어] 시리즈 종료 후 오는 10월 실버케어페스타를 개최합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면 사전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