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돈이 너무 많아도 걱정···영화 '올 더 머니'

[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12)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재벌 3세의 유괴 실화 소재로 유괴범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던 재벌은 마침내···

2024-06-01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올 더 머니 (All the Money in the World)>는 2017년 미국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범죄/드라마/미스터리/스릴러 영화이다. 주연에 어머니 역으로 미셀 윌리엄스, 폴 게티 역으로 크리스토퍼 플러머, 플레처 역에 마크 월버그, 폴 게티 3세 역으로 찰리 플러머가 출연했다.

이 영화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재벌 3세 유괴 실화가 바탕이다. 석유 사업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J. 폴 게티의 손자가 이탈리아에서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괴범이 처음 요구한 몸값은 1700만 달러(186억원)이다. 전 세계가 게티 3세의 역대급 몸값 협상에 주목한다.

그러나 J. 폴 게티는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단언하고, 아버지 폴 게티 2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전직 CIA 요원 플레처와 함께 협상에 나선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는 월급 사장일 뿐 그만한 돈이 없다. 이혼한 사이라 어머니도 힘을 못 쓴다. 결국 돈은 할아버지 폴 게티에게서 나와야 한다.

<올 더 머니>는 석유 재벌 3세의 유괴 납치 사건 실화를 다룬 영화다. /네이버 카페

유괴범들은 폴 게티가 돈을 내놓지 않자 폴 게티 3세의 귀를 잘라 보낸다. 돈을 다 보내지 않으면 그렇게 신체 일부를 하나씩 잘라 보내겠다고 협박한다. 유괴범들은 오히려 폴 게티와 협상하여 최종적으로 270만 달러로 합의한다. 그렇게 돈은 유괴범들에게 전달되고 아들은 풀려난다.

그때 현장에 경찰이 깔려 있는 것을 안 유괴범 일당은 다시 폴 게티 3세를 죽이려고 하지만 이미 도망친 후이다. 폴 게티 3세는 도주하는 길에 이웃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행색이 엉망인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결국 어머니의 품에 안겨 지옥을 탈출하지만 그는 그 트라우마로 시력을 잃고 휠체어에 의지하는 등 평생을 폐인처럼 지내다 54세에 죽는다.

사람들은 세계 제일의 재벌이었던 폴 게티가 지나치게 돈을 인색하게 쓰다가 손자를 그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힐난한다. 그러나 폴 게티의 생각은 달랐다. 손자가 14명이나 있는데 그 돈을 다 줬다가는 다른 손자들도 계속해서 유괴범들의 타깃이 될 것으로 생각해 버틴 것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번 사람은 일반인들과 생각의 수준이 다르다. 장자는 심리적 불안정으로 결국 자살했고 막내아들도 11살에 죽었다. 5명의 아들 결혼식장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괴팍한 노인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유괴 사건이 많았던 모양이다. 특히 이 영화에 나오는 이탈리아 유괴범 일당은 돈 많은 사람들을 유괴하여 몸값을 받아 큰돈을 번 마피아라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는 마피아 지하 경제가 판을 치던 나라였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은 그 때문에 오히려 화를 당한다는 일면을 보여준 영화이다. 1982년 세계적인 맥주 회사 하이네켄 회장의 실제 납치 사건을 영화화한 <미스터 하이네켄>도 그랬다.

납치범들은 600억원을 요구했다. 하이네켄 회장은 무명의 동네 청년들에게 당했고, 폴 게티는 마피아라는 범죄조직에 당했다. 무명의 동네 청년들은 전과도 없어 용의선상에도 오르지 않았었다. 그래서 수사가 더 어려웠다. 마피아 조직은 제대로 조직을 갖춘 범죄 집단이라 상대하기 만만치 않았다.

돈이 너무 많아도 고민이 많아진다. 쓸 만큼 적당히 있으면 된다. 영화 '올 더 머니' 포스터 /네이버 카페

우리나라는 배금주의가 팽배해 있어 돈에 관한 한 다다익선을 추구한다. 급격히 오른 부동산 덕분에 졸부가 된 사람도 많다. 그러나 노년에 돈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노리는 사람이 많다. 적당히 쓸 돈만 있어도 된다. 보통 사람들은 노후에는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OECD 노인빈곤율 1위라는 점이 걸리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