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년] 잠든 원전 깨우는 전세계…尹정부 ‘원전 드라이브’ 빛 발하나
EU, 미국, 중국 등 각국 ‘원전 유턴’ G7 화력발전 금지로 ‘친원전’ 가속화 전문가 “11차 전기본 원전 확대 필요”
| 윤석열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두 해를 보냈다. 공약했던 정책 효과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솎아내야 하는지 분별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기대했지만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바 없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정책들도 거론된다. 출범 3년 차에 진입한 윤석열 정부가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탈원전 백지화’였다. 죽어가던 원전 건설부터 소재·부품·장비까지 생태계 전반을 되살리고 지난 정부가 줄여놨던 원전 건설 비중을 다시 늘려 에너지 수급 계획에 반영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임기 3년 차에 접어든 현재 시점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선견지명 적’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포비아(공포증, Phobia)’를 외치며 탈원전을 추진해 온 국제사회가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여서다.
글로벌 탈원전 기조를 이끌던 유럽은 10여 년 만에 원자력발전으로 ‘유턴’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벨기에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지난 3월 브뤼셀에서 ‘원자력 정상회의(Nuclear Energy Summit)’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38개국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규제당국에 원자력의 잠재력을 ‘완전히 개방(Fully unlock)’하고 원자로 수명 연장 지원을 위한 금융 조건을 완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자 넷제로를 향한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며 “정부는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원자력을 무공해 발전으로 규정하고 ESG 경영 정책에 포함시킬 것도 촉구했다. 회의 참석국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해 원자력산업과 공급망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핵연료 공급, 장비 제조, 자원 안보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럽이 원전 유턴을 선언한 데는 재생에너지만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유럽은 지난 10여 년간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왔지만 반대급부로 발전 비용 상승 문제에 시달려왔다. 여기에 러-우 전쟁, 이-팔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건설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신규 원자력발전 14기를 건설하고 원전 종주국인 영국도 8기를 새로 짓기로 했다.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은 42기 건설을 계획하며 전 세계 원전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보류했던 미국도 움직이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44년 만인 지난해 신규 원전인 보글 3호기를 가동한 데 이어 올해 4월 보글 4호기도 상업용 가동을 시켰다. 4호기의 경우 약 50만 가구와 기업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앞으로 최소 60~80년간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달 주요 7개국(G7)이 2035년께부터 탄소 포집되지 않은 석탄 화력발전 운영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석탄 발전의 빈자리를 채울 원전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세계 각국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을 가속하면서 내년 원자력 발전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시스템 운영에 한계가 있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상호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원전은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모두 뛰어난 전원으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친환경적이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원전을 성급하게 축소할 때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이 예상보다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