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보다 많은 노인성 난청 환자···2070년엔 1747만명
치매‧고립 유발하는 난청 단순 노화로 치부 말아야 적극적인 진단‧개입 필요
# "나이 들면 원래 다 잘 안 들리고 그런 줄 알았죠. 점점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가족‧친구들 만남도 꺼리게 되더라고요. 자주 깜빡거리는 건 덤이에요."
국내 노인성 난청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적극적인 난청 검진과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노인성 난청 환자가 당뇨 환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면 2070년엔 전체 인구 약 47%를 차지하는 1747만명의 노인들이 난청을 앓을 것으로 예측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2021년 국민관심질병통계-난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4만2242명으로 지난 2017년 54만8913명에 비해 35.2% 증가했다.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난청 인구는 2026년 300만명, 2050년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노인보청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채성원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국내 70세 이상 난청 환자는 10.05%로 당뇨병 환자 9.23%, 알츠하이머 환자 5.5%보다 많다고 밝혔다.
채 교수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난청 환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12만명에서 2030년 1725만명, 2070년에는 1747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46.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비인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tolaryngology, AAO)에 따르면 연령 관련 난청은 노인 인구에서 가장 흔한 감각 장애로 65~74세 사이의 성인 3명 중 1명이,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난청이다. 난청을 방치할 경우 인지 기능 저하로 치매 유발의 원인이 되고 신체 활동 감소, 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사회적 교류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윤 대한이과학회 공보이사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난청은 노인에게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지기능 유지를 저하하고 인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초래해 인지기능에 부담을 준다"며 "또한 난청을 방치하고 있는 노인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소외되기 쉽고 이는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주변 환경음의 인식이 부족하면 균형 장애에 영향을 주고 낙상의 위험성도 증가시킨다. 이는 치명적인 골절을 비롯한 심각한 외상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AAO가 최근 공개한 연령 관련 난청에 대한 임상 진료 지침에 따르면 AAO는 난청 선별검사 항목에서 '임상의는 50세 이상의 환자와의 접촉 시 난청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재윤 이사는 본지에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귀가 어두운 노인 분들은 그저 그런 익숙하고 가벼운 문제로 넘겨버릴 수 있다. 하지만 난청은 앞서 말했듯 생각보다 심각하고 폭넓은 영향을 미쳐 사회에 큰 부담을 주는 심각한 문제"라며 "사회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의료문제다. 적극적인 조기 검진 및 빠르고 능동적인 청각 재활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AO는 검진 결과 청력 손실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외이도와 고막을 내시경으로 검사하거나 귀에 귀 충격, 감염 또는 기타 이상이 있는지 검사할 수 있는 의료진에게 전원하도록 권고했다. 청력 손실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각 주파수 대역별 청력 역치를 표시한 오디오 그램 검사가 가능한 전문의에게 협진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다만 국내 건강검진 청력 검사는 일부 주파수의 청취 여부만을 따져 가청 주파수 전 영역대의 청력 역치를 살피기 어렵다. 정 이사는 "난청 문제는 노인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귀-청각 건강에 대한 사람 중심의 생애 전주기 관리(person-centered life-long care for ear and hearing health)'를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직 국내에서 난청 검진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 조속히 생애 전주기 청력 검진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