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경기 전망 시기상조···KDI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는 부진"

반도체 경기 회복 따른 완만한 생산 증가 금융연구원, 민간 소비 증가율 1.7% 예상

2024-05-13     김민 기자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는 부진해 장밋빛 경기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다며 내수 반등으로 수출-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인다고 분석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연구기관에서는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는 부진해 장밋빛 경기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KDI는 전날 '경제 동향 5월호'를 발간해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완만한 생산 증가 흐름 속에 수출이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수출은 13.8% 증가해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그간 KDI는 선제적 재정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고금리에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지난 3월 상품 소비는 고금리 기조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품목이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 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감소했다. 의복(-0.9%)과 음식료품(-1.5%)이 줄었고 국내 승용차(-11.3%)와 통신기기·컴퓨터(-12.7%) 등 내구재도 위축됐다.

서비스 소비도 전월에 이어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0% 오르는 데 그쳤다. 민간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5.9%)과 숙박·음식점업(-3.7%)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둔화 흐름이 지속돼 3월 건설기성*은 연초에 일시적으로 높았던 증가세가 조정되며 전월 0.4% 증가했던 데서 2.1% 감소로 돌아섰다. 3월 설비투자는 작년 동월 대비 4.8% 줄어 전월(-0.9%)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고금리 기조 등으로 인해 설비투자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이달 호에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물가의 상승률이 점차 하락해 물가안정 목표(2.0%)에 근접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 농산물(20.3%)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의 가격 상승세는 계속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2.3%를 기록해 전월(2.4%)보다 둔화했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향후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12일 '2024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2.0%)보다 낮춰 잡은 것이다. 1분기 중 민간 소비가 전기 대비 0.8% 증가하며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소비 여력이 제약되며 민간 소비는 연중 완만한 증가율을 그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대내외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도 소비 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KDI는 이날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24년에 반도체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실질 구매력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상대가격에 의한 실질 민간 소비 부진은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건설기성 : 건설업체의 국내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조사하여 집계한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