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엔 탈 네이버 실탄 장전 日 소프트뱅크, 10조 엔 'AI 혁명'에 투자

일본 경제산업성 약 3700억원 지원 발표 소프트뱅크 네이버 지분 헐값 매입 우려

2024-05-12     김민 기자
일본 도쿄의 거리에서 종합통신사인 소프트뱅크의 간판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일본 소프트뱅크가 AI(인공지능)용 반도체 개발·제조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와 로봇, 전력발전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한다. 투자액은 최대 10조 엔(약 88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라인야후가 150억 엔을 보안 시스템에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탈 네이버 전략의 윤곽이 드러났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내세우는 'AI 혁명'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0일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정비하는 데 최대 421억 엔(약 37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슈퍼컴퓨터 이용 환경 정비에 필요한 비용의 최대 3분의 1에 달한다.

손 회장이 내세우는 'AI 혁명'은 AI와 반도체, 로보틱스의 최신 기술을 융합해 모든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으로 그 핵심은 AI 전용 반도체를 개발·제조하는 사업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7월 한 심포지엄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는) 수정 구슬에 미래를 묻는 것처럼 과제를 해결해 준다. 일본은 가장 한복판에서 빛나는 수정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AI 전용 반도체 개발은 소프트뱅크가 약 9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암)이 축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암은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회로 설계도를 엔비디아 등에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엔비디아처럼 팹리스(생산 설비 없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형식으로 참여해 내년 봄 시제품을 완성하고 가을까지 양산 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AI용 반도체 분야 진입을 추진하는 건 급격한 시장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 추산에 따르면 올해 약 300억 달러 정도인 AI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9년이면 1000억 달러, 2032년에는 200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AI용 반도체 점유율 1위는 현재 엔비디아지만 수요 급증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매우 크다고 보는 것이다.

손 회장의 구상은 AI 반도체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언급하며 이것이 운수, 제약, 금융, 제조, 로지스틱스와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26년 이후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 건설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가 대량의 전력이 있어야 하는 점을 감안해 발전 분야에도 진출한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 산하 기업과 협력해 제조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각 사업 확장에 M&A도 활용할 방침이다.

도쿄도 후추시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데이터 센터 전경 /소프트뱅크

현재 소프트뱅크는 한국 네이버와 7월 1일을 시한으로 라인 지분매각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4년 5월 8일 진행된 실적설명회에서 라인야후는 2023년 11월 발표된 무단 접속으로 인한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한국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리핑 초반에 라인야후 사장 이데자와 츠요시(京澤津吉)는 정보 유출에 대해 "이용자 및 관계자에게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라인 야후는 이번 라인 사태를 계기로 보안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2024년도에 약 150억 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라인과 PayPay(페이페이)의 계정 연동 타이밍도 재검토한다. 협업 시작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경영 구조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신준호 대표이사와 오케타니 타쿠 이사는 2024년 6월 18일에 퇴직하며 사외이사 1명을 추가하고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회계연도(국제회계기준)의 연결 재무 실적에 따르면 라인 야후의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9% 증가한 1조8146억 엔을 기록했다. 페이페이의 연결 자회사로서의 통합이 성장을 주도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2081억 엔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인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64% 지분을 가진 중간 지주회사 A홀딩스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다. 한 주만 넘어가도 네이버는 경영권을 잃는다. 이미 라인야후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 신중호 CPO를 제외키로 결정했다.

이번 라인 매각 건 관련 현재 일본에 AI를 위한 제대로 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없으니 일본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자국산 인프라를 보유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일본 정부를 등에 업고 네이버 지분을 헐값에 매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