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전자는 '하늘의 별 따기' 전기차 충전

휠체어 이용자 충전시설 접근성 열악 설치 지침·이동형 충전기 확대 필요

2024-05-13     김정수 기자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주차 공간 폭이 좁아 휠체어 내릴 공간이 부족하거나 주차 방지 턱에 가로막혀 충전시설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미흡한 전기차 충전소 교통약자 편의시설로 인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주차 공간 폭이 좁아 휠체어 내릴 공간이 부족하거나 주차 방지 턱에 가로막혀 충전시설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환경보전법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지원할 수 있다. 환경부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지원한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다양한 업체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도 한다.

다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에 대해서는 지침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환경부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설치·운영 지침'에 따르면 주차 면적을 제외하고 충전기 높이나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와 충전기 사이의 간격 등의 규격을 업체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보니 휠체어 장애인이 사용 불가능한 경우가 생기는 것.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지침을 마련해 '교통약자 배려형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장애인단체와 협력해 교통약자 배려형 충전소 기준을 만들고 50곳 이상을 설치했다.

일반 충전소와 교통약자형 충전소 개수 차이가 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급속이 있다. 이중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의 2022년 국내 전기차 및 급속충전기 지역별 누적 보급 현황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제일 많은 지역은 △경기 7만7648대 △서울 5만9327대 △제주 3만2976대 순이다. 급속충전기는 각각 3701대, 2255대, 1070대다.

같은 기간‧지역 교통약자형 급속충전기 지역별 누적 구축 현황에 따르면 경기 14대, 서울 16대, 제주는 29대다. 수도권은 전체 급속충전기의 1%에도 못 미치는 만큼 장애인들은 일반형 급속 충전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21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5개 장애인단체가 모인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솔루션)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 지침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솔루션에 따르면 솔루션은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에 '편의 제공형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설치 지침 마련을 건의하고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이 환경부를 통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경우 최소 1면은 편의 제공형 전기차충전소로 설치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편의 제공형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설치 지침을 마련하고 안내하도록 건의했다. 한국전력공사에는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설치 시 편의 제공형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안내를 함께 하도록 요청했다.

이동식 전기차 충전 서비스 /연합뉴스

하지만 2024년 현재까지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전기차 충전소 설치 지침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전기차 충전소가 충분히 설치돼있지 않다. 전기차를 구입해도 충전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충전기 높이가 높고 후방 턱에 휠체어가 걸려 휠체어에서 내려야 충전시설에 닿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전 인프라 접근 방법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편의 제공형 충전소 부족으로 이동형 충전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동형 충전기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차까지 끌고 올 수 있다"며 "국내에 이동형 충전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여럿 존재하고 점점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동형 전기자동차 충전 설루션 기업 '에너캠프'가 있다. 지자체에서 충전기를 구입해 주차장에 설치하는 식이다. 이동형 충전기 보급이 장애인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