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트럼프 사이에 낀 파월···연준 입지 전쟁 ‘네 가지 경우의 수’
11월 미국 대선 앞두고 ‘피벗 줄다리기’ 트럼프 “대선 전 금리 인하→의장 교체” ‘넛지’ 바이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예측 불가 대선 확률 게임 참가한 파월 정치 중립 연준 선거 결과 영향 불가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만들어진 정치적 압력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두 후보의 민심과 관련한 정치역학적인 셈법이 정치 중립적이라고 알려진 연준의 16대 의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대선 결과에 자기 처지가 갈리는 확률 게임에 참가하고 말았다. 그러나 1972년 한 해를 제외하곤 독립적으로 금리 정책을 결정한 연준이 이번에도 정치와 별개로 금리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0일 여성경제신문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미국 대선 결과를 따져본 결과 경우에 따라 연준 안에서의 파월 의장의 입지가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선 전/후 금리 인하와 바이든/트럼프 당선의 경우의 수는 총 네 가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의 연준 내 입지가 강화될 조건은 대선 전 인하-바이든 당선이다. 그 밖에 경우의 수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전에 금리 인하를 바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뜻을 따르지 않고 대선 후 인하-바이든 당선이 실현된다면 파월의 연준 내 입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긴 힘들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보다는 불리하지 않다.
파월 의장에게 가장 최악의 경우는 대선 전 인하-트럼프 당선이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상대로 “11월 이전에 금리를 인하하면 바이든의 재선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서 “당선 시 파월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대선 후 인하-트럼프 당선이 파월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서 2026년 임기 만료 후 재임하지 않겠다고 못 박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최악의 물가 상황을 방관했다고 본다. 파월이 너무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미국 물가는 2021년 5월부터 5%를 넘었다. 급기야 당해 12월에는 7%를 넘었고 2022년 2월 물가(7.9%)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3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처음 밟았다. 5~7% 고물가에도 미국 금리는 0%대 금리를 유지했던 것이다.
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연준 의장으로 취임해 2022년 2월까지 4년간 임기를 수행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2021년 4월(4.2%)부터 발동한 고물가 상황에 파월은 단 한차례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기 의장 재차 지목에 파월 의장은 2026년까지 총 8년의 임기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유세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 믿는다”며 광역적으로 ‘넛지’(nudge,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으로 강압하지 않고 부드럽게 개입한다는 의미) 하는 인상을 보여줬다.
72년 제외하곤 경제에 따라 정책 쓴 연준
정치중립 전망에도 선거 결과는 정책 영향
연준의 정책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대체로 선거가 있는 해에 특정 후보자 또는 정당을 고려해 정책을 수정하진 않았다. 국제금융센터의 ‘과거 미국 대선과 통화정책 간 연관 여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1972년 미국의 베트남 전쟁 당시 아서 번스 의장이 유일하다. 물가가 높았지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했다.
이 보고서는 “번스 의장은 재임 기간 중 평균 9%대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했고 연준의 중립성 상실로 물가 통제에 실패한 대표적인 통화정책 실기 사례로 평가된다”고 적었다.
이외에는 대선과 상관없이 연준은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 수단을 활용했다. 1970년대 이후 시행된 13회의 대선에서 연준은 금리를 7회 인상, 4회 인하, 2회 동결했으며 대통령 당선인/정당 및 연준 의장의 정치적 성향과 금리 변화 간에 뚜렷한 패턴이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이번에도 연준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선거 결과는 통화 정책 경로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재정정책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금리 인하 주기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어느 당이든 백악관 및 양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예상되기 때문에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