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노동자 단속 막으려다 공무원 들이받은 내국인 관리자 2년 형 선고

불체자 고용 업체 관리자 겸 통근버스 기사 출근길, 단속 나온 공무원 발견해 '급후진' 법무부 "미등록 외국인, 국민 안전 위협"

2024-05-09     허아은 기자
대구의 한 제조업체 관리자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단속될 위기에 처하자 운전 중이던 버스로 공무원과 공무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A씨가 항소심에서 2년 형을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대구의 한 제조업체 관리자 겸 통근버스 기사가 버스에 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단속을 막으려다가 출입국 직원을 다치게 한 혐의로 징역 2년 형에 처해졌다. 법무부는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달 15일부터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합동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고법 형사2부는 지난 1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씨의 항소심에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원심에서 A씨는 3년 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2016년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 12명을 고용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다는 범죄사실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시켜 국가의 기능을 해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높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을 인정하며 자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말에 다소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상해의 정도가 대체로 아주 무겁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원심에서 피해 공무원들을 위해 100만~150만원씩 형사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일부 피해자들은 선처해 달라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판결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25일 외국인 근로자 30여명을 태운 통근버스를 운전하던 중 단속 나온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차량을 파손하고 공무원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A씨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관리자이자 통근버스 기사로 당시 그가 몰던 버스에는 34명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탑승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길에 단속을 위해 나온 대구출입국사무소 공무원이 검문을 요구하자 이에 불응하고 차량을 움직여 공무원을 비롯한 법무부 차량 3대를 들이받았다.

그 결과 다수의 공무원이 상해를 입었고 공용차량도 손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에 타 있던 불법체류 노동자는 본국으로 송환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과격한 방식으로 단속 공무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방의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비숙련인력(E-9) 비자로 한국에 입국하는데 해당 비자 소지자는 한국에서 최장 9년 8개월까지만 일할 수 있다. 비자가 만료되더라도 해당 업무에 익숙해진 인력들은 본국에 돌아가지 않고 이어 근무한다.

지방의 제조업체는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려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이라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15일부터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과 미등록 외국인 불법취업자, 마약 등 범죄에 연루되거나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이들을 합동 단속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법무부가 발표한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으로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숫자를 2027년까지 20만명대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9월 기준 불법체류 외국인은 43만명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합동단속은 "불법체류‧마약사범과 같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외국인을 적발하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경찰이 교회에서 예배 중인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현장에서 체포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해당 교회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설교 도중 경찰관이 들어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단속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상 등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단속 전 현장 사전 조사를 통해 안전 확보 방안이 포함된 단속 계획을 수립해 실시하고 있으며 안전사고 예방‧적법절차 준수‧인권 보호 등에 대한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