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매 조기 발굴부터 보호자 건강까지 보듬어줘요"

신용숙 부센터장‧홍종석 팀장 치매 환자부터 가족까지 케어 "치매 조기 발굴에 주력할 것"

2024-05-08     김정수 기자
8일 여성경제신문이 신용숙 강동구 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과 홍종석 팀장을 만났다. 센터 1층에 있는 치매 카페 '기억다방'에서 신 부센터장과 홍 팀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수 기자

지역 내 치매 환자 관리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가족도 챙기는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강동구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 초기 발굴 및 가족의 신체적‧정서적 건강 회복을 최우선으로 신경 쓰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2018년 전국 256곳에 치매안심센터가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2007년 9월부터 문을 연 강동구 치매안심센터를 여성경제신문이 찾았다. 강동구 치매안심센터는 오롯이 치매 어르신 가족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매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는 당사자보다도 보호자가 심리적‧육체적으로 지치는 질병으로 유명하다. 가족의 부양 부담을 감소시키고 정신적‧육체적 건강 회복을 증진하기 위해 상담, 치매 관련 교육, 여가 지원 프로그램, 재가 돌봄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강동구 치매안심센터는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고정형 캠페인의 일환으로 치매 어르신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음료를 직접 제공하는 카페 '기억다방'과 치매 검진실, 2층은 치매 비약물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실, 3층은 직원 사무실과 치매 관련 교육‧홍보, 회의 등을 진행하는 치매 예방 학습관으로 이뤄져 있다.

8일 여성경제신문이 신용숙 강동구 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과 홍종석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강동구 치매안심센터와 5분 거리에 위치한 치매가족지원센터 /김정수 기자

— 강동구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치매 어르신 가족을 위한 사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치매가족지원센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용숙 부센터장 "오롯이 치매 가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치매 가족이 센터에 왔을 때 머무를 공간이 없었죠. 센터 내 프로그램은 주로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1층에 카페가 있지만 그마저도 어르신들, 일반 시민들 함께 이용해요.

그래서 강동구는 기존 치매 가족 지원 사업을 더 확대해 치매가족지원센터를 따로 설립했어요. 건물 한 층을 임대해서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강동구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구비 사업이죠. 지난해 2월 개소했어요.

치매 대상자 상담은 많은데 가족 상담은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치매가족지원센터는 가족이 치매 어르신을 돌보며 겪었던 고충들에 대해 일대일 직원 상담이 이뤄져요. 또 그룹 상담도 진행하죠. 개인별 맞춤 상담 연계로 보호자의 마음에 온기를 채워주고 있어요. 주 1회 센터장님이 직접 가족지원센터에 상주하며 의료진 상담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치매가족지원센터에서는 치매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정수 기자

— 치매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용숙 부센터장 "치매 환자 가족이 치매에 대해 잘 알아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역량 강화 사업을 더 확대했어요. 가족분들이 모여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도 묻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담과 교육이 함께 진행되죠. 또 치매 환자를 돌보느라 정작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가족들을 위해 힐링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합니다. 외부로 나가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 인문학 특강, 카페 나들이 등 다채로워요. 가족분들은 주로 밖으로 나가는 활동을 좋아하세요. 센터랑 가까운 올림픽 공원 나들이 같은 주 단위 프로그램, 원거리로 이동하는 월 단위 프로그램이 있어요.

강동구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한 요양보호사 파견 사업도 있어요. 방문요양센터와 협약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치매가족휴가제를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추가로 지원해 주는 사업이죠. 취약계층 대상으로 중위소득 120% 이하인 자, 강동구 주민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치매가족지원센터에 마련된 치매 가족들을 위한 '카페 온정'. 전시된 그림들은 가족들이 직접 그린 작품이다. /김정수 기자

— 치매안심센터 1층에 들어가자마자 '기억다방' 카페가 눈에 띄는데요. 일반 카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홍종석 팀장 "기억다방에선 매주 수요일마다 치매 혹은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어르신들이 직접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음료를 나눠드리고 있어요. 공개적인 장소여서 치매 어르신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도 치매 기억다방에서 여러 상담을 받는 등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카페는 고정형 기억다방 캠페인이라면 거점 장소를 기관, 인근 공원 등으로 해 사전에 협의 후 푸드트럭 차량을 진행하는 캠페인도 있습니다. 1년에 2~3번 진행하면서 인식 개선 캠페인도 함께 하고 있어요."

치매안심센터 1층에 위치한 치매 카페 '기억다방' /김정수 기자

— 강동구에만 있는 특별한 봉사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억친구리더 봉사단'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홍종석 팀장 "서울시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기억친구리더 사업'이 있어요. 치매 심화 교육을 5시간 수료하면 누구든지 '기억친구리더'가 돼요. '기억친구'는 구내 주민을 위해 치매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해요. 치매를 꼭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우리 모두가 언제든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고 치매 환자를 돌보자는 게 목적이에요. 

이러한 기억친구를 양성하는 사람이 바로 기억친구리더에요. 개인마다 역량이 다르다 보니 5시간 교육 이수 후 바로 강사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보수 교육을 진행하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바로 현재 총 10분으로 구성된 기억친구리더 봉사단입니다.

봉사자는 대부분 은퇴하신 분들이에요. 평균 연령대가 70세 이상이죠. 아무런 대가 없이 봉사하시는 분들이에요. 센터에서는 봉사자분들의 애로사항과 활동 지원을 아끼지 않는 편이죠. 현재도 앞으로도 치매 사업에 없어선 안 될 분들입니다."

치매안심센터 1층을 담당하는 홍문자, 박등례 안내상담봉사자. /김정수 기자

— 2층에서 본격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홍종석 팀장 "2층에선 치매 비약물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돼요. 프로그램은 반별로 이루어집니다. 일반, 경도인지장애, 경증 치매로 나뉘어요. 작업치료사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운동,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곳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요. 온돌 장판으로 되어있죠. 치료사뿐만 아니라 보조 인력으로 치매 어르신 가족분들이 지원하기도 해요. 일상생활에서도 치매 어르신과 생활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인식 개선 사업이 되기도 하죠. 비약물 치료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경증 치매 어르신들에게 굉장히 도움 되는 활동이에요. 돌봄까지는 필요 없지만 운동, 놀이 등 마땅히 할 장소가 없는 분들에게 센터 프로그램이 제격인 거죠. 다른 또래분들과 함께하면서 하나의 사회 활동이 되기도 하고요. 치매 어르신들도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하세요."

치매안심센터 2층에선 다양한 비약물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정수 기자

— 치매 발굴 사업이 궁금한데요. 치매 검사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홍종석 팀장 "3~4월은 강동구 내 120곳 정도 되는 경로당에 방문해 치매 검사를 진행해요. 5~6월엔 각 주민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치매 검진을 진행합니다. 치매 선별 검사는 CIST를 통해 20분 미만으로 진행되는 문답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어요. 이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면 정기적으로 치매 선별 검사를 받도록 권장하고, 기준치 이하로 나올 경우 치매 진단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진단 검사에서 치매 판정이 나오면 마지막 세 번째 검사인 치매 감별 검사를 진행합니다. 선별 검사-진단 검사-감별 검사 순이죠. 경도인지장애로 나오면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관리, 치매 군은 치매 군에 대한 관리, 정상군은 정상군에 대한 관리로 나눠서 진행됩니다."

신용숙 부센터장 "자체적으로 1년에 7000명 정도를 선별해요. 그중 치매 진단자로 나오는 분은 150명 정도 됩니다. 이렇게 센터에서 진단을 통해 발굴한 사람 말고도 외부에서 병원으로부터 치매를 진단받거나 타지역에서 거주하다 강동구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등록되는 사람까지 합하면 1년에 300~350명 정도 치매 환자를 새롭게 발굴합니다. 센터의 목적은 새롭게 발굴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례관리를 하는 거예요. 1년에 4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업비가 넉넉지 않다 보니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치료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또래와 함께하면서 하나의 사회 활동이 되기도 한다. /김정수 기자

— 혼자 사는 치매 어르신들은 어떻게 발굴하는지 궁금합니다.

신용숙 부센터장 "지역 내 혼자 사는 어르신들 데이터를 받고 싶지만 민간 위탁 운영에다 개인 정보 보호 때문에 어려워요. 명단을 받는다면 이 지역에 75세 이상 어르신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만큼 발굴하기 쉽지만 현재로썬 센터에 등록이 돼야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센터를 홍보해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이 검사받으러 오시게 하는 방법이 최선인 거죠."

—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치매 초기 환자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용숙 부센터장 "우선 치매 검사를 받아야 치매 조기 발굴이 가능한데 스스로 치매가 아닐 거라고 부정하다 보면 이미 중증이 됐을 때 발견하게 돼요. 특히 가족 없이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경우는 더 심하죠. 최대한 많은 어르신에게 홍보를 해서 센터에 유입될 수 있도록 미디어 홍보, 캠페인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센터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관내 복지관, 주민센터에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죠. 연 검사 수 6000건 이상 달성하는 게 저희 목표에요. 조기 발굴에 힘쓰고 있습니다."

— 강동구 센터의 치매 발굴, 관리에 대한 노력이 잘 느껴집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신용숙 부센터장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죠. 그만큼 치매 진단 어르신도 많아질 겁니다. 문제는 진단받고도 센터에 등록을 안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죠. 때문에 앞서 말했듯 홍보에 주력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었으면 좋겠어요. 

치매는 시민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만큼 센터에 계시는 자원봉사자분들의 역할이 소중합니다. 봉사자가 늘어났으면 좋겠지만 봉사자를 관리하는 직원도 늘어나야 하죠. 또 대가 없이 활동하시는 봉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마련돼야 하는데 사업비가 부족한 편입니다. 치매 사업을 다방면에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자원이 뒷받침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