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중인 미얀마 근로자, '3개월 후 재입국' 규정 따르다 징역 10년

피란민 기금 냈다가 공항서 적발돼 징역형 '영주권 딸라' 5년 못 채우게 본국 다녀와야 "정세 고려해 귀국 후 재입국 규제 풀어야"

2024-05-07     허아은 기자
한국에서 한 번 더 일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던 미얀마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민주화 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징역 10년 형을 받았다. 2021년 군사정권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미얀마에서는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이리와디 홈페이지 캡처

비숙련 인력(E-9) 비자로 한국에서 일했던 미얀마 국적의 '성실 근로자'가 비자 연장을 위해 본국에 방문했다가 한국 체류 당시 민주화 기금을 냈다는 이유로 현지 경찰에 붙잡혀 10년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한국대표부는 '3개월 후 재입국'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E-9 비자로 입국한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는 4년 10개월간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다. 기간 만료 이후 '성실 근로자'로 인정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1회만 비자를 연장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본국에서 3개월간 머무른 뒤 돌아와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연속으로 5년 이상 체류할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으로 들어오려던 30대 미얀마 노동자 A씨는 현지 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했는데 성실 근로자로 인정받아 한국에서 한 번 더 일할 기회를 얻었다.

법에 따라 본국인 미얀마로 돌아갔던 A씨는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양곤 공항으로 가던 중 현지 군인에게 붙잡혔다. 군인은 A씨가 한국에 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휴대전화를 조사했다. 휴대전화에서는 A씨가 한국에서 체류하던 때 미얀마 피란민 구호 물품 지원금을 보내고 받은 감사장 사진이 발견됐다.

A씨는 민주화 지원 활동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고 최근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얀마는 지난 2021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이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해 소모뚜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한국대표부 사무처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불안정한 정세를 고려해 미얀마 노동자는 본국에 다녀오지 않더라도 비자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법무부는 미얀마인 대상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 시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소모뚜 사무처장에 따르면 이 조치는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그는 "한국에서 체류하다가 본국 돌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은 모두 공항에서 붙잡히고 면밀한 조사를 받는다.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던 사람이 어찌저찌 살던 동네로 돌아간다 한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간첩이나 프락치의 신고에 의해 잡혀간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중인 미얀마 국적의 E-9 비자 소지자는 1만611명이다.

이들 중 여럿은 미얀마 출신 활동가와 함께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 경북 김해미얀마공동체는 지난 5일 김해 버스터미널 앞에서 '민주화의 봄 혁명 집회'를 열었다. 경북 구미, 경기도 광주, 발안, 수원, 부평에서는 미얀마 피란민 돕기 모금 운동이 4일과 5일 양일간 진행됐다. 인천 부평에서는 주말마다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소모뚜 사무처장은 "우리는 사형이 아닌 징역형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얀마의 분위기를 귀띔했다.

5년 이상 한국에 체류할 경우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맞으나 영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체류 기간 외에도 '사회통합프로그램' 시험 통과, 360만원 이상의 월 소득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소모뚜 사무처장은 "시험은 한국인도 통과 못 할 정도로 어렵다. 거기에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중 달에 36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100년 넘게 한국 살아도 (영주권) 못 딴다"라면서 '3개월 후 재입국' 규제를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3일(현지 시각) 미얀마 군사정권 노동부는 자국민의 해외 취업 허가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내전을 피해 많은 국민이 해외 탈출을 시도하며 병력이 모자라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