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버려진 나무젓가락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쓴 제주 해녀의 삶 '발룬티코노미스트'
여성경제신문 [더봄] 한익종 에세이 해녀들이 던지는 인생의 잠언을 쓰고 버려진 나무젓가락에서 희망을 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봄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발룬티코노미스트>
벚꽃은 졌지만 푸르름 머금은 봄날 한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 한 권 선물하면 어떨까요?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삶이 좋듯 책도 함께 보면 좋겠지요? 나누면 나눌수록 마음의 부자가 되듯 책도 나눠보는 삶을 추천합니다.
함께하는 삶을 추구하는 태도를 그리다
욕심을 내려놓고 인간과 자연을 생각하며 ‘함께’하는 삶을 추구하는 삶을 위해서는 봉사란 의미의 ‘발룬티어’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코노미스트’가 합쳐진 ‘발룬티코노미스트’로서의 삶을 제안하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발룬티코노미스트>.
자타가 공인하는 이슈메이커이자 괴짜 작가 한익종.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시작해 삼성화재를 끝으로 인생 2막 마무리. 인생 3막은 내 손으로 집짓기, 폐가 고쳐 살기, 나무젓가락으로 해녀 그림을 그리며 산다.
20여 년 전 어느 날 만난 제주 해녀와 짝사랑에 빠진 작가
제주 작은 어촌마을에서 만난 구부정한 허리의 제주 해녀. 왜 그리 가슴 짠하게 아름다웠을까. 그 모습을 보고 짝사랑에 빠진 작가. 시간은 다시 흐르고 5년 후, 직장을 은퇴하고 인생 3막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제주 해녀에게 푹 빠진다. 그리고 그는 해녀를 인생 3막 멘토로 삼는다.
그는 해녀의 모습만이라도 곁에 두고 싶었고 어떻게 기록할까 고심에 빠졌다. 어느 날 중식당에서 식사하다가 무심코 쓰다 버린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려 냅킨에 짜장면 국물을 찍어서 그림을 그려봤다.
아! 바로 이거다. 해녀의 투박하면서도 거친 삶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알맞은 표현 도구가 있을까? 이날 이후 그는 여기저기 버려진 나무젓가락을 주워다 부러뜨린 뒤 먹을 찍어 역시 버려진 골판지에 해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버려지고 홀대받는 삶을 나무젓가락으로 그려낸 '업사이클링' 작품
혹자는 왜 해녀를 버려진 나무젓가락으로 골판지에 그리느냐고도 했다. 그는 남루한 생활, 죽음을 무릅써야만 하는 물질, 세상이 업신여기고 보잘것없이 대접하던 해녀의 삶에서 유네스코 인류 문화유산으로 꽃 피게 된 오늘을 보았다. 그런 삶을 표현해 내기에 버려진 나무젓가락과 수명을 다한 골판지야말로 환상적 도구였다. 버려지고 홀대받는 존재 속에서 희망의 빛을 끌어내는 작업이었다.
우리네 인생 전반부가 사자와 같은 투쟁적 삶을 통해 돈, 명예, 지위, 권력을 추구했다면 인생 후반부는 자아실현과 사회적 기여를 통한 자존감의 유지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성과지상주의적 삶에서 앞만 보고 달리다가 지치곤 한다. 그럴 때 갈 곳을 잃고 우두커니 서서 먼 곳을 응시한다.
보다 큰 목표, 보다 큰 성공만을 좇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제주 해녀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늘도 거친 파도를 건너 물속으로 자맥질하는 그네들의 삶에서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멘토이자 뮤즈 제주 해녀
그는 삶의 지혜를 멘토 제주 해녀들에게서 얻었다. 제주 해녀의 삶을 통해 깨우침을 얻었다. 그 어떤 철학자보다도 인생의 철학자인 해녀. 그네들은 우리가 당연히 잊고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일깨운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낼 뿐인 태도에서 배운다. 실은 그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아주 쉬운 말로 제주 방언으로 잠언집에서 마주할만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뱉어낸다.
작가는 해녀들의 지혜를 그림과 말로 전한다. 책의 왼쪽에는 작가 시점, 오른쪽은 해녀 시점의 글을 담았다. 왼쪽 페이지에서 작가는 그가 직접 마주한 인생 3막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를 이야기한다. 오른쪽 페이지에서는 해녀가 오늘의 물질을 이야기한다.
현재에 만족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 ‘카르페 디엠’이란 이를 말하는 게 아닐까? 어제는 심술을 부리던 바다가 오늘은 잔잔하다면 바다가 나를 품어준다고 기분 좋다고 말하는 해녀. 그네들은 기분 좋은 바다, 기분 좋은 물질, 기분 좋은 망사리면 만족한다. 오늘도 물때 맞은 이른 아침 물질을 나가는 해녀의 뒷모습에서 삶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가 한익종
은퇴 후의 삶을 인생 3막이라 칭하며, 내 손으로 집 짓기, 폐가 고쳐 살기, 나무젓가락으로 해녀 그림 그리기 등으로 활동하며 <KBS 생생정보통>, <건축탐구 집>, <한국 기행> 등 14편의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책 《발룬티코노미스트》는 봉사란 의미의 ‘발룬티어’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코노미스트’가 합쳐진 용어로, 인생 후반부의 삶의 방식을 강조하는 책이다.
현재 제주로 이사해 ‘인간은 바가본드이자 지구별에 놀러 온 소풍객이다’를 외치며 제주 해녀들 곁에서 해녀 그림 그리기, 환경보호 활동, ESG 전파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해녀 그림 화가, 비치코밍아티스트, ESG 아티스트, 환경보호 활동가, 칼럼니스트, 생애 재설계 강사, 도시재생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업으로 인생 3막을 즐기고 있다.
저서로는 영어 일기인 <254 Steps in America>와 봉사와 삶을 담은 <함께, 더 오래가는 삶>이 있다.
본문 중에서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오래전 직장 생활을 할 때 들었던
직장 상사의 푸념 소리 좀 들려드립니다.
“난 경영에는 자신이 있는데
와인과 골프, 그리고 자식 문제엔 영 젬병이야.”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그걸 남과 경쟁하고 남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못된 생각이 드니 힘들어지는 겁니다.
아직도 남하고 경쟁해서 이겨야 할 나이인가요?
그 생각을 계속 가지고 산다면 앞날은 뻔합니다.
염병 소리 내며 살 거니까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반대라서 좋기도,
반대라서 나쁘기도 하다.
바당*색은 파란색, 내 해녀복은 주황색.
눈에 확 띄어 위험에서 구할 수 있으니
반대라서 좋다.
바당은 날이 갈수록 비어가고
내 마음엔 근심만 늘어가고
반대라서 나쁘다.
그러고 보면 좋고 나쁨도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바당: 바다를 의미하는 해녀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