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반년간 왔다 갔다’ 파월 혀의 행적···고금리 장기화만 남았다
두 달 만에 바꿔 쓴 가면 ‘비둘기→매’ 파월 지난 12월 첫 피벗 가능성 발언 연준 강력한 부인 다음 달 매파 전환 3월 회의서 인플레 완화 ‘상당한 진전’ 또다시 연내 피벗 보류 ‘2% 물가 아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와 매파(통화긴축 선호)를 오가며 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피벗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시사한 파월 의장으로 인해 연준 위원들이 이를 부인하며 진땀을 뺐고 다음 달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윈원회(FOMC)서 매파로 등장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그다음 FOMC서 인플레 완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또다시 비둘기 가면을 쓰고 나와서는 시장과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이번 5월 FOMC서 파월 의장은 다시 매파로 돌아왔다. 물가가 안정된다 싶으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활짝 열어 시장 참여자들을 열광하게 하면서 손수 물가 상승 압력을 넣었다가 그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면 짐짓 엄한 표정으로 2% 물가 목표를 운운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접는 식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 최대의 위험 요소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단행에 시장보다도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2일 여성경제신문이 이번 FOMC에서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들여다본 결과 통화긴축 선호로 또다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다수 언론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연준의 다음 정책금리 조정이 인상일 것 같지는 않다’는 발언을 포커스해 이번 기자회견이 통화완화 선호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한 맥락을 살필 때 이는 미국 현지 기자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일 뿐이다. 심지어 국내외 시장과 학계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평가가 만연한 상황에서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없다’는 발언은 특별할 것이 없다.
이날 시장참가자가 더 기민하게 받아들였어야 하는 내용은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지속적이거나,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건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횡보하는 등 FOMC가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하 보류가 적절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부분이 파워풀한 이유는 정책 결정문에 ‘최근 몇 달간 FOMC의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하였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즉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 둔화도 눈에 띈다. 정책결정문에 따르면 FOMC는 국채, 정부기관채권 및 정부기관 MBS의 보유량을 6월부터 국채 상환액 한도(원금회수액 중 동 한도 초과분을 재투자)를 월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줄임으로써 보유증권 축소 속도를 둔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기관 채권 및 정부기관 MBS 상환액 한도는 월 350억 달러로 유지하고 동 한도를 초과하는 원금회수액은 국채에 재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파월은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 둔화는 당초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완화적인 정책 효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 지준에 도달하기까지의 원활한 전환을 보장하여 단기금융시장이 스트레스를 겪을 가능성을 줄이는 데 있다”라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결국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유지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라는 말이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전체 결론과 개인적인 의견이 다소 불일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2% 목표를 향한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에 대한 강한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올해 중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연준 위원들과 동떨어진 피벗 가능성을 시사한 때를 상기시킨다. 파월 의장이 그 누구보다도 금리 인하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첫 피벗 가능성 시사 21개월 만
기회 있을 때마다 금리 인하 가능성 오픈
이번 5월 FOMC서 파월 의장은 다시 매파로 돌아왔다. /자료=FOMC, 최주연 기자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13일(현지 시각) FOMC 정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가 정점 근방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은 정책 제약 정도를 완화하는 시점이 시야에 들어오기(come into view) 시작했으며 금일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정책금리 결정을 너무 오래 끌 때(hang on too long)의 리스크를 잘 알고 있으며,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매우 유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 이후 뉴욕 증시는 들끓기 시작했고 S&P500 지수는 4700대로 훌쩍 올라섰다. 이후 주가는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5200선을 뛰어 넘었다.
첫 피벗 발언 이후 매파적 연준 위원들은 ‘피벗은 시기상조’라며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강조했다. 파월 발언을 대놓고 부정했고 이는 파월 의장이 1월 FOMC에서 비둘기파적 발언을 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했다. 1월 31일(현지 시각) 매파로 돌아온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지속해서 하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좋은 데이터(more good data)를 보기를 원한다”면서 “우리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재가속되면서 2%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위험도 있으며 이에 따라 정책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두 달 후 다시 비둘기파로 돌아왔다. 그는 “너무 빨리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수 있으며 너무 늦게 완화하면 고용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는 올해 어느 시점(some point this year)에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며 향후 데이터를 확인하며 인플레이션 2% 근접 확신이 더 강해질 때까지 조심스럽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금리 인하를 사실상 인정했다.
심지어 그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이지만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히려 파월 의장은 지난 1월과 2월 강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잉 해석에 대해 경계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임금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라고 다소 안일한 정책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거셌다. 미국 1분기 고용비용 지수 상승률은 전 분기 대비 1.2% 오르며 예상치(+1.0%)를 상회했다. 서비스물가의 결정적인 상승 압력인 임금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이 가시화되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전년 대비 3.4% 상승(전 분기는 전년 대비 1.8% 상승)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