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양대산맥’ 아모레-LG생건, 1분기 실적 ‘반등’···해외 시장 다변화 속도
아모레퍼시픽, 중국 제외 국내·서구권 매출↑ LG생활건강, 10분기 만에 영업이익 성장 미국·유럽·일본 등 비(非)중국 시장 공략 박차
화장품 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수요 부진으로 장기간 부진한 실적을 이어온 양사는 해외 시장 다변화의 성과가 가시화돼 실적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익이 나지 않는 채널은 축소하고 일부 브랜드는 온라인에 집중하는 등 체질개선에 돌입해 올해를 재도약하는 변곡점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2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LG생활건강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이어 이날 아모레퍼시픽도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1조68억원의 매출과 8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 감소, 1.7% 증가를 기록해 개선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1분기 매출은 9115억원, 영업이익은 7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9% 증가했다. 국내 사업은 화장품 부문의 성장으로 인해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5636억원, 영업이익 27.8% 증가한 491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은 아시아 매출 감소로 전년 대비 2.4% 하락한 33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미주에서 40%, EMEA에서 52%의 매출 성장을 보이며 전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 영업이익은 화장품 부문의 이익 개선과 면세 채널의 두 자릿수 매출 성장에 힘입어 확대됐다”며 “해외 시장은 중화권 매출 감소로 전체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미주와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중심의 서구권 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에뛰드, 에스쁘아 등 주요 자회사들은 MBS 채널을 중심으로 젊은 고객층이 증가하며 전반적으로 매출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전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1조7287억원, 영업이익은 3.5% 증가한 1510억원을 기록했다. 전사 매출은 2023년 1분기 이후 4분기 만에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21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성장했다. 그 중 뷰티 사업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7409억원,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631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 사업은 더후 리뉴얼 제품 출시, 국내 온·오프라인 고성장 영향으로 매출이 늘었고, 중국과 북미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도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출 타격 여파에 바닥 찍은 뷰티업계
올해 비중국·온라인 공략 통해 변곡점 삼아
아모레, 2027년까지 미국·유럽·일본 비중↑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매출 타격의 여파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K-뷰티 흥행의 중심지였던 중국에서 자국 제품을 소비하자는 운동인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이 불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에 양사는 중국 외에 미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진출 국가를 다변화해 부진한 실적을 벗어나겠단 목표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또한 세계 2위 규모의 뷰티 시장인 중국 역시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에 올해 중국 시장 재공략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창립 78주년 기념식에서 “북미, 유럽 등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은 신규 시장과 아시아 시장에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도 반드시 이뤄내자"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027년까지 국내 매출 비중을 낮추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진출국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중국 사업은 온라인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 비용 지출을 낮추고, 비중국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5월부터 코스알엑스의 경영 실적을 아모레퍼시픽 연결 실적에 포함시킬 계획으로 올해 실적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알엑스는 지난 1분기 매출 1563억원, 영업이익 595억원을 냈다. 코스알엑스의 매출 90% 이상은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비(非)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 5월 1일부터 코스알엑스의 경영 실적이 편입될 예정”이라며 “올해 중국 외 지역 성장과 코스알엑스 인수 효과가 더해져 고성장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LG생활건강, 中서 럭셔리 브랜드 '더후' 집중
미국, 일본 등 비중국향 판로 개척 시작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4년은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성장하는 변곡점의 한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더후’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뷰티시장 공략 확대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더후 브랜드의 리빌딩을 지속하고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글로벌 MZ세대를 공략하는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TFS) 등의 브랜드를 포함해 내수 시장에 머물렀던 피지오겔, 닥터그루트도 해외 사업 전개를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8월 13년 만에 더후의 주력 라인인 '천기단'을 리뉴얼 출시하고, 지난해 9월에는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국내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를 인수하며 실적 회복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했다.
또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7월부터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 등 406개 오프라인 가맹 계약을 해지하고 이를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했다. 가맹사업을 철수하면서 그간 가맹점에 공급해온 제품을 직영 온라인 몰을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돼 더후, 숨, 오휘, 글린트 등 4개의 각 브랜드 직영몰을 개설하고 디지털 영업력을 강화했다. 중국에선 숨·오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내 숨·오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럭셔리 브랜드 더후에 집중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에 대해 “올해 연간 실적은 연결 매출액이 전년보다 3% 늘어난 7조원, 영업이익은 16% 증가한 5600억원을 전망한다”며 "대중국 성장 전환, 국내 성장 채널 확충, 비중국향 판로 개척 등으로 지난 2년 간의 매출 감소 추세가 종료하고 증익 추세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