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진단 시 2000만원' 담보에 금감원 "과당 경쟁" 지적
희귀 일반 암 1종 진단비 1억으로 올리고 발병률 높은 유사 암 진단 시 1억의 20% 보험 시장 포화에 상품 개발·개선 불가피 "장기적 성장 위해서는 신시장 개척 필요"
몇몇 손보사가 갑상샘암, 피부암 등의 유사 암 진단비로 2000만원을 제공하는 통합 암 치료비 담보 상품을 판매하다가 금융감독원의 과열 경쟁 경고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 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봤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NH농협손보 등 일부 손해보험사에 유사 암 진단비와 관련한 과열 경쟁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이달 초 손보사 몇 곳은 유사 암 진단비를 올렸다. 사단법인 대한암협회에 따르면 보험 업계는 암을 고액 암과 일반 암, 소액 암으로 분류하는데 소액 암 중 손해보험사는 피부암, 갑상샘암, 경계성 종양, 제자리암 등을 '유사 암'으로 통칭하고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 암에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이 포함된다.
유사 암은 암과 닮았지만 증식·전이되지 않기 때문에 의학적인 암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고액·일반 암에 비해 발병 시 생존율도 높고 치료 예후도 좋으므로 보험사는 유사 암에 대한 보장 금액을 일반 암의 10~20% 수준으로 제한해 왔다.
일반 암의 보장 금액이 1000만원이라면 유사 암은 20% 수준인 200만원까지 보장되는 식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일반 암 중 발병률이 높은 위암 등의 진단비는 100만원으로 유지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은 두경부암 등의 진단비를 1억원으로 설정하고 유사 암의 진단비를 이의 20%인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들 상품은 기존 암보험보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갑상샘암처럼 발병률이 높은 질병을 진단받을 시에도 2000만원을 보장받는 상품이라 많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상샘암은 지난해 기준 국내 다발생 암종 1위(건강보험심사평가원)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런 상품의 개발과 판매는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높여 자금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소비자들에 대한 불완전판매 이슈를 불러올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암 한 종류의 진단비를 올려놓고 이의 20%를 유사 암 진단비로 설정하는 것은 기존 감독 당국 권고 사항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적인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보험 시장의 포화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구조 변화와 저성장으로 인해 기존 상품 개선과 신상품 개발은 필수적이다.
금감원의 제재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지만 안 그래도 보수적인 국내 보험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수형 보험처럼 외국에서는 활성화돼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안 팔고 있는 보험 상품들도 있다"면서 "당국에서 이런 권고를 계속하다 보니 (보험사는) 조심스럽게 판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관계자는 "(해당 사안처럼) 기존 상품을 바꿔서 소비자를 더 유입시키는 것도 좋지만 단기로만 팔다가 (금융 당국) 권고 들어오면 못 팔고 그러기보다는 장기적 성장을 위해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격적 상품 출시→금감원 제재→판매 중지' 과정은 국내 보험 업계에서 자주 반복되는 패턴이다. 제재와 판매 중지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절판 마케팅'도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일부 손보사들은 올해 초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 일당 특약을 60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금융 당국이 과당 경쟁 주의령을 내리자 일부 설계사는 고객에게 "(해당 특약을) 이번 달까지만 판매한다"며 가입을 서두를 것을 권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금감원의 전달을 받은 보험사들은 27일 일괄적으로 해당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