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다툼 원흉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 “기 싸움판 됐어요”
10월 도입 선임 요양보호사 자칫 권위적인 자리로 변모 객관적 인사평가 기준 없어
근무 경력 5년 이상 40시간의 승급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를 '팀장'으로 지정하는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가 '세력 다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0월부터 노인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도입되는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업계에선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온다.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제도다. 자격이 주어지면 월 15만 원의 추가 수당을 받는다. '경력 있는 유능한 돌봄 종사자의 현장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65세 이상 여성이 대부분인 요양보호사 사이에서 50인 시설 기준 최대 두 명만 가능한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가 이들 사이에 '기 싸움'의 원인 제공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서울에서 80인 시설을 운영하는 A 요양원 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본래 선임 요양보호사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관리자급 종사자와 요양보호사 간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시범 사업을 진행한 일부 요양원에선 이들 간 세력다툼과 기 싸움이 더 늘었다는 제보도 뒤따른다"고 했다.
이어 "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선임 요양보호사 지정 방식 때문"이라며 "5년 이상만 근무하면 오로지 원장의 재량으로 선임 요양보호사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 요양보호사 간 불만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B 씨는 "요양보호사 간 세력 다툼이 생겼다"며 "시설의 경우 두 명으로 극단적으로 나뉘게 되는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상, 이 둘 사이의 세력 싸움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업무 분담 측면에서 불공평한 사례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관리자급 종사자들은 선임 요양보호사 지정 방식에 있어서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각 법제화 된 인사 평가 제도도 없을뿐더러, 선임 요양보호사 지정은 원장급 관리자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 연차의 요양보호사가 두 명 있는데 이 중 한 명만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선임급으로 지정되면 다른 한 명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인사 평가 시 객관성 확보와 제도화는 점차 반영되게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다만 선임 요양보호사 제도의 취지를 보면 '장기적인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과 '요양보호사 체계 강화'이기 때문에 도입 초기 진통은 겪을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행 제도를 보면 노인요양시설의 시설관리자 및 사회복지사 등 일반 종사자와 요양보호사 간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종이 없었다"면서 "승급제 제도를 통해 선발된 '선임 요양보호사'가 사실상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요양보호사는 가깝게는 시설 관리자, 크게 보면 지자체 및 건보공단 등 정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선임 요양보호사를 통해 이들에게 더 전문적인 교육을 부여하고 이후 시설 관리자 혹은 지자체 등과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충 및 건의 사항을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