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점자블록 전세 낸 전동 킥보드···규제 법안 허술 "단속 어려워"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 입법 공백 뚜렷한 규정 미비로 보도 위 방치 "PM법 제정해 개별적 관리 필요"
#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가 주차된 킥보드에 부딪히는 게 일상이에요. 저희에겐 생명선이나 마찬가진데 각종 장애물로 보도 위에서 길을 잃게 돼요. 킥보드, 자전거들 난립에 보도도 도로만큼이나 위험해요."
점자블록이 있는 일반 보도 위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주차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명확한 법안이 없어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형 이동장치가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점자블록 위 전동킥보드가 난립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 킥보드와 부딪히거나 길을 잃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는 보도에 있는 점자블록 위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자전거‧킥보드 전용 주차 존은 비어있다. 대부분 보도 위 아무 데나 주차된 것.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라면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간 부딪히기 십상이다.
현행법상 점자블록이 포함된 일반 보도 위에 개인형 이동 수단을 비롯한 모든 차는 정차‧주차할 수 없다. 도로교통법 제32조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에 차를 정차하거나 주차해서는 안 된다. 점자블록은 보도에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현행법에 따라 모든 차에 포함된다. 따라서 점자블록 위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주차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국내 개인형 이동장치 시장 규모는 2017~2019년까지 총 46만200대, 그중 전동킥보드만 37만3300대다. 지자체에선 킥보드 전용 주차장을 만들거나 견인 제도를 통해 관리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개인형 이동장치 규모에 비해 법안·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포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김포시의 경우 보도 위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구역이 마련돼 있다. 점자블록을 비롯해 역사나 대중교통이 다니는 쪽은 주차 금지 구역 요청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며 "단체 채팅방을 활용해 민원이 들어오는 구역은 바로 치울 수 있게끔 서로 전달‧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킥보드의 경우 김포시 전체를 담당하는 인력이 1명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구역을 매번 감독하기는 어렵다. 법안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규제도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형 이동장치 견인 제도의 경우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만 시행하고 있다. 김포시는 따로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 예산‧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3년째 계류 상태다. 지난 2021년 강선우 의원, 김예지 의원 등은 점자블록 또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입구로부터 5미터 이내인 곳을 주·정차 금지 장소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곧 폐기 위기에 놓여있다.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에 대한 명확하지 못한 법안으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애매한 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주차에 대한 규정도 모호해 이용자가 헷갈리는 실정"이라며 "정확한 주차 구역 명시와 주차에 대한 처벌은 각 킥보드 마지막 이용자에게 내리는 등 뚜렷한 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의 경우 PM(Personal Mobility)법이 따로 존재한다. 국내 현행법은 개인형 이동장치도 도로교통법에 포함된다. 전동 킥보드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항을 만드는 등 각 이동 수단별 새로운 독립된 법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