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혼외출산은 죄가 아니다"

동아시아 6개국, 평균 출산율 1명↓ 같은 아시아라도 유교권 이외 1명↑ 결혼 외 자녀 두면 '죄악' 관념 벗어야

2024-04-25     김현우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트랜턴 커뮤니티 파크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참석한 커플들이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도중 결혼반지를 교환하고 있다. 이날 미국에서는 북미 대륙에서 7년 만에 관측된 희귀한 우주쇼를 관측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AP=연합뉴스

학계에선 공자의 중심사상을 인(仁)이라고 한다. 인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에서 인의 실천은 가족제도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최근 대만의 매체 '타이베이 타임스'는 이를 인용해 동아시아 국가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를 두고 '깨지지 않는 유교 문화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의 저출산 문제를 두고 결혼 외 출산을 의미하는 '혼전·혼외출산'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기피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제언이 학계에서 나온다.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의식이 동아시아 국가의 출산율을 설명하는 제일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앨리스 옌신 정 대만 국립 연구소 박사는 최근 발표한 '유교와 그 불만’ 논문을 통해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는 유교의 가족제도를 다른 문화권과 구별되는 저출산 요인으로 꼽았다.

앨리스 박사는 "동아시아엔 혼외 출산 개념이 없다.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도 없다"면서 "미혼·비혼 출산을 금기시하는 국가의 유교적 이념은 매우 강력한 합의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건데, 동아시아 전역에선 경제 발전으로 인해 최근 수십 년간 남녀 모두 평균 결혼연령이 상승해 결혼이 늦다 보니 저출산이 보편화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엔 세계 인구 전망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238개국의 합계 출산율 하위권 순으로 홍콩(1위·0.75명), 한국(2위·0.88명), 싱가포르(5위·1.02명), 마카오(6위·1.09명), 대만(7위·1.11명), 중국(10위·1.16명) 등 동아시아 6개국이 있다. 모두 유교권 국가다.

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의 전 세계 평균은 2.3명이지만 동아시아 주요국은 1명을 넘지 못했다. 

유교 문화권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우 사정은 달랐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의 출산율은 2.75명, 불교 국가인 베트남은 1.94명이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1.80명), 인도네시아(2.18명)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힌두 문화권인 남아시아의 인도(2.03명)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3.47명),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3.08명), 우즈베키스탄(2.86명) 등도 2~3명대에 이른다. 

혼외출산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대표적인 출산율 상위권 국가에 꼽힌다. 유럽연합(EU)의 최근 합계출산율은 평균 1.5명(2020년 기준)이다. 프랑스는 지난 2021년 EU 내 인구 증가율 1위, 합계 출산율 1위(1.83명)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의 전체 출산 사례 중 절반 이상은 혼외출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혼외출산율은 2013년 56.4%에서 2021년 62.2%로 늘었다. 이 기간 혼외출산율은 모두 50%를 넘겼다. 한국은 혼외 출산율(2%)과 대조된다.

영국 가디언은 "남부 유럽이나 일본에선 미혼이나 동거 형태로 아이를 낳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만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는 그렇지 않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혼외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와 유리 오사카부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아이를 낳으면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 때문에 임신·출산에 대한 공포감까지 형성되는 경우도 만연하다"며 "결혼 전에 아이를 낳으면 인생이 잘못되는 것처럼 사회가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결혼을 한 부부만을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출산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정부가 저출산 계획을 수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혼외출산은 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