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잔류 뜻 우회로 밝힌 이복현···보험사 CEO 간담회도 되살려

이 원장 "올해 3~4분기까지 할 일 많다"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회동 재추진

2024-04-24     김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으로 이동하지 않고 현안을 계속 챙기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내달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회동도 재추진한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오전 가진 임원 회의에서 "올해 3~4분기까지 할 일이 많다"면서 "동요하지 말고 각자 업무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은 또 지금껏 밝혔던 것처럼 사정기관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앞서 취소했던 이 원장과 보험사 CEO 간담회도 재추진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7개 생명보험사 대표이사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 손해보험사 6개 대표이사 참석이 예정돼 있다. 

당초 금감원은 내달 7일 이 원장과 CEO들 간 만남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돌연 취소의사를 밝히고 내부 임원회의 등 공식 일정에 연달아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 원장의 '대통령실 법률수석 합류설'이 제기됐었다. 이 원장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지금껏 자리를 지켜온 데다 윤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이동 가능성에 대해 계속 말을 아껴 왔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마친 후 대통령실 합류 여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자본 시장과 관련한 좋은 말씀을 듣는 자리다. 이해해 달라"면서 즉답을 회피했다.

이 원장은 선거가 끝난 후 중요한 자리와 행사에서도 참석하지 않았었다. 총선 직후 진행된 금감원 임원 회의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오찬, 금융위원회 정례 회의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잔류 두고 다양한 분석 나와
향후 거취 계속 지켜봐야

정치권에선 이 원장의 잔류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의 행선지로 거론되던 법률 수석 자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 지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해당 자리가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된 민정수석을 대신해 국민 여론을 청취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업무를 맡는다는 의견이 있다. 대통령이 검찰을 포함한 주요 사정기관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이 경우 법률 수석은 악화한 여론과 야당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시장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가 급증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가까스로 틀어막았던 부동산 PF 위기가 올해 안에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분쟁으로 외환 시장의 흐름이 불안한 것도 문제다. 또 윤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정착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의 합류가 대통령실에도 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4·10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이 원장의 법률 수석 기용은 부담이 큰 선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 관계자에 의하면 대통령실이 최근 법률수석 후보로 박찬호 전 검사장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장을 섣불리 교체하기 어려운 것도 고려 요소다. 금감원장을 섣불리 바꿀 경우 정책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후임 원장이 현안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생 금융 활성화, 공매도 금지 등의 정책을 이행해 온 이 원장에게 계속 업무를 맡기는 게 훨씬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원장의 전날 발언이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차원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어 그의 향후 거취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