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톡톡] '커피 한 잔' 값으로 유료 회원 모은 쿠팡, '집토끼' 놓칠라 전전긍긍
쿠팡 유료 멤버십 월 7890원으로 인상 커피값 인상률보다 큰 인상폭에 부담↑ 유료 회원 혜택 강화로 기존 회원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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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을 ‘커피 한 잔’ 값에 책정해 소비자 부담감을 낮췄지만 커피값이 오르면 이에 맞춰 가격을 올릴 것이다.”
작년 10월경 만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쿠팡은 지난 12일 기존 월 4990원이었던 와우 멤버십 가격을 월 7890원으로 인상했지요. 인상률은 약 58%에 달합니다.
예상보다 큰 인상률에 소비자 반발도 큽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존 회원도 가격이 오르는 8월이 되면 탈퇴하겠다”, “4900원까지는 참았는데 더 오른다면 탈퇴해야 할 것 같다”, “인상 폭이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릅니다.
앞서 쿠팡은 2021년 말 신규 회원의 유료 멤버십 가격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한 바 있습니다. 이 당시 인상률은 72.1%였습니다. 인상률로 놓고 보면 이번 가격 인상보다 과거의 인상 폭이 더 큰 것인데요. 그럼에도 당시 멤버십 이용자는 줄지 않았고 계속 증가했습니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2021년 말 900만명에서 2022년 말 110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기존보다 월 2000원의 구독료를 더 내더라도 커피 한 잔 값 수준이었기에 소비자 저항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가격 대비 쿠팡이 이용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한 소비자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로켓배송(익일배송)뿐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배달앱 쿠팡이츠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성비가 높은 유료 멤버십으로 꼽혀왔습니다.
이에 전체 회원의 멤버십 월 구독료가 4990원으로 오른 이후인 2022년 3분기부터 쿠팡은 흑자 전환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상은 커피 한 잔 값을 넘어섰습니다.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500~5000원 초반대에 형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7890원은 다소 높은 가격대인 셈이지요. 고급 원두를 사용하는 일부 카페에서는 커피 한 잔에 7000~8000원대에 판매되기도 하지만 소비자가 매달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배달앱 플랫폼인 요기요가 지난 2021년 11월 배달업계 최초로 유료 구독 서비스인 ‘요기패스’를 선보였는데, 출시 이후 5개월간 프로모션으로 월 구독료 9900원을 4900원으로 할인한 바 있습니다. 이후 프로모션 종료 시기인 2022년 4월 본래 가격인 9900원으로 오르자 5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요기요 이용자 수는 766만명으로, 같은 해 3월(888만명) 대비 100만명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쿠팡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데에는 ‘록인 효과(Lock-in Effect)’의 기반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자물쇠 효과라고도 일컫는데, 이는 한번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소비 관성을 뿌리치기 어려워 계속 사용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쿠팡은 싼 가격에 고객들을 유료 멤버십 회원으로 유인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자 가격 인상을 통해 이윤 창출에 나선 것이지요.
실제로 쿠팡의 가격 인상 발표 이후에도 와우 멤버십 이용 시 편리함 때문에 해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잇따랐습니다. 한 소비자는 “기존에 무료 반품 등 혜택을 잘 사용해 왔고 아이 학교 준비물을 급하게 준비할 때 새벽배송으로 받기 좋아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오를 당시보다 여론이 악화한 것인지 쿠팡은 기존 회원을 지키기 위해 유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는 발표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회원인 집토끼를 지키기에는 불안감이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쿠팡이 진행하는 세일 기획전에서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50% 즉시 할인을 한다거나, 지난 주말인 21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에서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14배에 달하는 뷰티 제품을 제공하기도 했지요. ‘쿠팡 와우 카드’의 적립률 혜택도 강화했습니다.
G마켓, 네이버, 11번가, 컬리 등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를 기회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경쟁 업체들은 쿠팡의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 발표 직후 자사 유료 회원을 위한 멤버십 가입 혜택을 강화하며 쿠팡 이탈 고객 빼앗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고객 이탈 규모가 클지는 기존 유료 회원의 월 회비가 오르는 8월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겠지요. 일각에선 이번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에 쓰일 자금 출혈을 막기 위한 쿠팡의 자구책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습니다. 집토끼 지키랴, C커머스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대응하랴 정신없는 쿠팡은 과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