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인당 25만원' 압박에···건전재정 비상 尹정부 난감
나랏빚 증가에도 추경 13조원 필요 李 "총선 민심 받들어 적극 나서야" 당 대표 연임→영수회담 여부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안이 관철될지 주목된다. 정부 여당은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막대한 재정 소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협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에 정부가 갚아야 할 국고채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대규모로 늘린 결과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23 국채백서’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는 101조7631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올해(85조7410억원)보다 16조221억원(18.7%) 늘어난 규모다. 만기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는 2021년 45조4000억원에서 2022년 56조2000억원, 2023년 85조9000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D2·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은 2029년 60%에 육박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내놓은 상태다. 국가 신인도 하락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현 정부 입장에선 민생회복지원금 13조원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 어려운 처지인 셈이다. 1~2%대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은 보통 경기 침체가 올 경우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지금 재정의 역할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보다는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들, 타깃 계층을 향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도 어려운 서민의 삶을 좀 더 세밀하게 챙기겠다고 하신 만큼, 총선에 담긴 민심을 받들어 민생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거듭 압박했다. 민주당은 소상공인 대출 이자 부담 완화 1조원에 저금리 대환대출 두 배 확대·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 4000억원,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3000억원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제안하면 예산과 관련된 문제는 정부의 입장을 참고해서 당의 입장을 정해왔다”며 “정부에서 재원 마련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당의 입장도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답했다. 반대의 뜻을 불분명이 하면서 거대 야당의 채상병 특검 등 압박을 풀어나갈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도 현금 직접 지원에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여당 총선 패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생회복지원금 실현의 변수는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연임 여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2년 내내 또 정국 주도권을 잡을 위치에 있는 만큼 영수회담 개최 명분이 탄력을 받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금을 받아들이면 협치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 불출마 또는 추대 거부로 뜻을 정하면 자연스럽게 추경 반대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 가능성에 “모두가 다 열려있다”면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이 대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친명계는 연임론에 군불을 지피고 나섰다. 총선을 대승으로 이끈 이 대표가 민심의 선택을 받은 만큼 당을 안정적으로 계속 이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에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며 "연임 제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당헌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