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 더봄] 반갑다 제비 친구야!
[송미옥의 살다보면2] 지구를 돌고 돌아 길을 잃지 않고 다시 옛집을 찾아오는 제비 부부의 6개월 농가 주택 전세살이 이야기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난 제비들이 삼월삼짇날에 맞춰 다시 옛집을 찾아왔다.
그런데 어쩐다냐, 집이 사라졌다. 앞집 노인 부부는 작년에 집을 보수하고 제비집이 있던 곳을 실외 거실로 만들었다. 안주인이 대청소하며 제비집을 빗자루로 빡빡 털어내곤 속이 시원하다며 웃었다. 황당한 제비 부부의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맞는지 모르지만 ㅎ)이 재밌고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한참을 전깃줄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화하던 제비 부부가 작심을 했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6개월 여정을 완수한다.”
응원군을 데려온 듯 다른 제비 부부도 옆에서 집을 짓기 시작한다. 약이 오른 안주인이 훠이 훠이 손사래를 치며 쫓아도 위협하듯 스치며 꿋꿋하게 진흙을 나른다. 이번엔 절대 양보 안 하기로 작정한 부인과 대치하는 제비 부부의 뚝심도 만만치 않다. 목표를 향한 끈질긴 생물들의 집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자연의 섭리가 대단하다.
“새들이 동료라고 편드는 거 봐라. 싸모님 싸모님 전정하세요 칸다. 허허 참···.”
전깃줄에 앉은 다른 새들이 싸므싸므~~하고 지저귀니 영감은 헛소리하며 슬쩍 부인의 눈치를 본다. 그렇게 제비 부부와 사람 부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제비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사람에게 겁을 내지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사람을 이용하여 사람이 사는 고택이나 초가집 기와집 처마에 집을 짓는다. 옛날엔 제비가 집을 지으면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길조로 여겼다고 한다.
사람을 겁내지 않는 또 다른 동물 고양이가 문제인데 고양이도 못 올라갈 수직 벽에 집을 짓는다.
둥지를 짓기 전에 부부 제비 중 한 마리가 날라 와 먼저 자리를 둘러본 다음 마음에 들면 처마 밑의 한 지점에 진흙을 물어와 표시를 남겨둔다. 때론 작년에 지은 집을 보수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부부가 확인 후 마음에 들면 같이 집을 짓는데 열흘 정도면 집이 완성된다. 곧바로 알을 낳아 부화가 되면 하루에 350차례가 넘는 왕래를 하며 온갖 곤충을 잡아 새끼를 키우고 배설물을 치우며 깨끗한 환경으로 보살핀다.
제비 부부는 새끼가 크면 방이 비좁아 한뎃잠을 자면서도 절대 평수를 늘리지 않는다. 그들이 날갯짓할 때쯤이면 영리하게도 궁둥이를 밖으로 내어 똥을 싸는데 그것 때문에 인간들에게 밉상을 받는다. 그러나 흥부전을 알고 옛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제비집이 훈훈한 감정을 선물하기도 한다. (나무위키를 참조함)
언젠가 ‘16g의 기적’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제비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제비에게 발찌를 착용시켜 그들의 항로를 추적해 보는 연구였는데 너무 감명 깊었다. 4월 초순을 전후로 한국에 온 제비는 6개월을 머물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출발 한 달 전 제주도 즈음에서 잠시 머물며 체력을 만든다.
발찌에 찍힌 비행코스를 보니 제주도 오키나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를 찍고 다시 필리핀 대만 중국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로 그 사이 반 이상은 바다에 떨어져 죽고 굶어 죽고 더워서 죽었다. 그 여정을 생각하니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는 생명들이 경이롭다. 우리는 밉살스럽고 얄미운 사람을 보면 제비족이니 꽃제비니 뒷담화를 하지만 제비들은 주어진 삶을 정말 열심히 사는 거다.
“그려, 자연의 이치대로 살면 복 받는 거여.”
집주인이 인심 좋다는 건 어찌 알았을까. 제비의 안목이 탁월하다. 십 년이 넘게 이곳을 찾아오니 좋은 집터인 게 확실하다. 집성촌을 만들려던 제비들과 잘 타협하여 한 채만 짓기로 하고 똥 치우개는 어른이 따로 만들어 주기로 무언의 합의를 봤단다. 하하. 제비 부부의 6개월 전세 살기는 우리네 파란곡절 인생의 축소판 같다. 제비를 보며 집이 주는 평안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