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라면 수출 급증에···K푸드 현지 생산 공장 늘린다

팔도·대상·CJ제일제당 등 해외 현지 공장 설립 김치 수출량 역대 최대·라면 수출액도 최대 국내 생산해 수출 시 가격 경쟁력 떨어져

2024-04-17     류빈 기자
지난달 31일 베트남 빈딘성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한국 라면 제품이 진열돼 있다. /류빈 기자

한류 열풍을 발판 삼아 한국 식품까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생산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현지에서 라면, 김치 등 K-푸드 판매량이 급증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기보다 해외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팔도, 대상,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동남아, 유럽 등 해외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잇따라 세우는 추세다. 

팔도는 베트남 현지 수요 증가에 따른 물량 확보 목적으로 지난 16일 베트남 제2공장을 완공했다. 제2공장은 베트남 남부 떠이닌성 인근에 만3920㎡(1만260평) 대지에 연면적 1만2506㎡(3783평) 규모로 세워졌다. 

엄격한 국내 생산품질 기준을 적용해 내수용과 동일한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며, 조리면, 즉석면 등 라면 제품은 연간 1억 개, 음료는 1억5000만 개 생산할 수 있다. 2025년 예정된 라면 생산라인 증설이 완료되면 라면 생산량은 연간 4억 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베트남 동북부 푸토성에 있는 제1공장 생산량을 합할 경우 베트남 현지에서만 연간 7억 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해진다. 

현지법인 중심의 수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팔도는 현재 베트남 현지 생산 제품을 미국·일본 ·대만·호주·말레이시아·독일·싱가포르 등 총 10개국에 수출 중이다. 지난해에는 동남아시아 수출 업무 지원을 위해 캄보디아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김치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현지 공장을 세우고 있다. 대상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올 하반기 폴란드 크라쿠프에 김치 공장을 세우고 2030년까지 연간 3000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대상은 2022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티오브인더스트리에 대지 면적 1만㎡ 규모의 김치 공장을 완공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2000t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와 시설을 확충해 2025년까지 미국 현지 식품사업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호주 현지 생산 김치(왼쪽), 북미 현지 생산 김치(오른쪽)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호주에서 생산 기반을 확보하며 현지 원료로 생산한 김치를 지난 14일 출시했다. 그동안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수출된 김치만 구매할 수 있었으나 갓 담근 김치에 대한 호주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현지 생산 김치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주와 더불어 북미에서도 현지 생산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냉동식품 자회사인 슈완스를 통해 미국 LA 소재 한인 김치 제조업체인 ‘코스모스푸드’를 지난해 10월 인수해 비비고 김치 생산을 시작했다. 비비고 김치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4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여 메인스트림 채널까지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식품기업이 현지 공장과 설비 확충에 나선 데에는 해외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출액은 1억5560만달러(2097억원)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2019년(9746만달러) 대비 48.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김치 수출량은 4만4041t으로 전년의 4만1118t보다 7.1% 늘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올해 라면 수출액은 10억달러 돌파가 전망된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라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한 93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종전 기록(9100만달러)을 뛰어넘는 것이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 2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기록을 경신해 올해는 연간 10억달러를 처음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 물량을 맞추기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국내 농수산물이 비싸고, 라면의 경우 밀가루 등 대부분 수입산 원재료를 쓰는데 최근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생산 단가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육류가 포함된 제품의 경우 검역 때문에 수출이 불가능한 점도 제한적이다. 이에 식품기업들이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에 더 힘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시장은 인구 감소로 인해 식품 기업이 더 이상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인구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이 높은 해외 국가에 진출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추세”라며 “현지 시장에 생산 공장을 짓고 현지 입맛에 맞는 K-푸드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